녹슨 못이 된 솔로몬
녹슨 못이 된 솔로몬, 윌리엄 스타이그 글· 그림, 김경미 옮김, 비룡소
녹슨 못이 된 솔로몬
녹: 녹초가 돼 버렸어요
슨: 슬럼프에 빠진 거죠
못: 못난이처럼 흐물거렸어요
이: 이왕지사, 떨쳐버리기로 했어요
된: 된통 앓기도 했으니
솔: 솔솔 불어오는 바람 따라
로: 로맨틱하게 상상하며 흥얼거리니
몬: 몬존하게 시작할 마음이 생겨요
엉뚱하고 기상천외한 변신, 그래도 결국 가족
녹슨 못으로 변하는 토끼 이야기입니다. 윌리엄 스타이그의 다른 작품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처럼 이 작품도 변신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녹슨 못일까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녹슨 못 같은 존재라도 가족으로는 소중하다는 뜻일까요. 솔로몬이라는 토끼는 자신이 녹슨 못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가족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불쑥불쑥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며 깜짝깜짝 놀라게 합니다. 녹슨 못이라 뭐, 별 볼 일 없어 보이지만 ‘변신’이라는 이 멋진 능력을 굳이 숨기는 걸 보면 엉뚱하고 비밀스러운 점이 오히려 아이 같은 발상이죠.
그런데 가족도 모르는 이 비밀을 애꾸눈 고양이에게 들키고 맙니다. 희귀 나비를 잡던 솔로몬이 애꾸눈 고양이에게 잡혔는데 녹슨 못으로 변해 위험을 모면한 거지요. 거기까지 좋았는데 그만, 애꾸눈이 사라지기도 전에 토끼로 돌아온 바람에 정체가 드러나고 만 거예요. 애꾸눈은 토끼를 잡아서 스튜를 만들어 먹을 생각에 녹슨 못을 우리에 넣고 자물쇠로 잠가버렸지요. 애꾸눈 부부는 녹슨 못이 토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녹슨 못이 된 토끼는 절대로 토끼로 돌아가지 않기로 마음을 먹지요. 기다려도 보람도 없자 애꾸눈은 그만 화가 나서 망치를 들고 녹슨 못을 벽에 박아버렸지요. 솔로몬의 주문은 못이 나무에 꽉 낀 바람에 먹히지 않았고 그는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의 '요술 조약돌'처럼 그렇게 하 세월만 보낼 운명이 된거예요.
그러던 중 애꾸눈이 무심코 던진 성냥불로 집에 불이 나고 남은 거라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못 말고 남은 세간은 전부 불타고 말았지요. 물론 그 못 중 하나가 바로 솔로몬이었겠지요. 가족들은 그가 죽은 줄만 알았다가 다시 살아돌아오자 비명을 지르고 펄쩍펄쩍 뛰고 껴안고 입을 맞추며 야단법석을 떱니다. <장난감 형>이나 <부루퉁한 스핑키>에서처럼 과장된 환영으로 가족애를 강조하는 전형적인 윌리엄 스타이그식 결말입니다. 솔로몬은 자신의 비밀을 가족에게 털어놓고, 그런 비밀이 있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다는 걸 확인합니다. ‘엉뚱하고 기상천외한 변신 이야기’를 통해 이 작품도 가족의 소중함을 다루고 있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