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두루미 아내

두루미 아내

by 인상파

두루미 아내, 야가와 수미코 글, 아카바 수에키치 그림, 김난주 옮김, 비룡소


두루미 아내


두: 두루 좋았을 걸, 그 문을 넘지 않았다면

루: 누추한 집일망정 그대와 함께

미: 미래를 엮으며 살아갈 수 있었을 텐데

아: 아니 하란 건 하지 말았으면 좋았을 걸

내: 내 다시는 사람 되지 못하리


은혜로 다가온 사랑, 욕심으로 떠나보내다


눈 많은 산골 마을에 사는 가난한 청년 요헤이는 어느 날, 화살에 맞아 괴로워하던 두루미 한 마리를 구해줍니다. 그 밤에 아리따운 아가씨가 그의 집을 찾아와 아내로 맞아 달라 부탁하고, 둘은 부부가 되어 살아가게 되지요. 천생연분이 따로 없네요. 가난한 살림에 양식이 떨어지자 아내는 방에 들어가 사흘 밤낮을 베를 짜고, 그 베는 고급스러운 무늬와 질감 덕에 큰돈에 팔려 둘은 한동안 넉넉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양식이 떨어지고, 아내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베를 짜러 방에 들어가며 단단히 당부합니다. 절대로 방 안을 들여다보지 말라고요. 나흘 만에 나온 아내는 전보다 훨씬 야위어 있었고, 베는 이전보다 더 비싼 값에 팔립니다. 이를 본 이웃 남자는 돈을 더 벌 수 있다며 요헤이를 부추기고, 결국 요헤이는 아내의 당부를 저버리고 베 짜는 방을 들여다보고 말지요. 그곳에는 피 흘리며 깃털을 뽑아 베틀에 거는 두루미가 있었고, 요헤이는 충격에 실신합니다. 이후 아내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마지막 베 한 필을 남긴 채 하늘로 날아가 버립니다.


두루미는 은혜를 갚기 위해 인간 세상에 머물렀지만, 인간은 욕심 앞에서 쉽게 금기를 어기고 사랑을 잃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하지요?”라는 아내의 물음은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처럼 들립니다. 두루미 아내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불안하고 쓸쓸한 느낌이 드는데 그것은 남편이 욕심을 부리면서 금기를 어겨 결국 제 앞날이 불행하게 되리라는 걸 알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요헤이의 선택은 단지 욕망의 발현이 아니라, 만족을 모르는 인간의 본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결국 인간은 자신의 욕심으로 스스로 받은 복을 잃어버리는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네요. 만족할 줄 모르는 인간에게 보내는 경종으로 읽히는 작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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