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색깔은 어떤 맛일까?

색깔은 어떤 맛일까?

by 인상파

색깔은 어떤 맛일까?, 티에리 마리쿠르 글, 타자나 메 위스 그림, 강효숙 옮김, 해솔


색깔은 어떤 맛일까?


색: 색색의 무지개떡은 담백한 맛

깔: 깔깔한 빵은 속이 텁텁한 맛

은: 은방울꽃잎은 씁쓸한 바람 맛

떤: 떤물은 오래된 기억 같은 맛

맛: 맛 중에도 가장 진한 맛은

일: 일일이 짚어보지 않아도

까: 까닭 없이 그리운 엄마의 손맛


시각의 너머에서 색을 만나다


색깔의 맛을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요? 딸기가 빨간색이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빨간색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것을 다른 감각으로 설명해야겠지요.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 색이 어떤 의미일지, 또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다 보면, 우리는 자연스레 맛이나 소리, 촉감 같은 감각으로 색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래서 빨간색은 딸기나 사과 맛이기도 하고, 피가 나올 때의 따끔거리는 색이기도 하고, 캠프 갔을 때 밤에 피우는 캠프파이어의 불꽃 튀는 소리이기도 하지요.


이 그림책은 시각장애인 학교에서 독서 수업을 하며 아이들과 함께 읽은 작품입니다. 유치원부터 초등 고학년까지 15명에 가까운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과 함께한 수업은 결코 이상적인 환경은 아니었습니다. 시각 외에도 정서적, 지적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많아 교실은 늘 시장통 같이 북적였고, 집중보다는 흩어짐이 더 많았지요. 하지만 그 안에서도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열정적으로 참여하며 자신만의 색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아이들을 보며 저는 나름 보람을 느꼈습니다. 무엇보다도, 비시각장애인들이 막연히 떠올리는 절망적인 이미지와 달리, 아이들은 주어진 삶에 적응하며 쾌활했습니다. 비시각장애인 아이들처럼 쉬는 시간을 기다려 그들끼리 손을 잡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돌아다니기를 좋아했지요.


우리는 종종 시각의 위험성과 맹점에 대해 말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며, 정말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는 말처럼 말이지요. 시각은 분명 강력한 감각이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감추어진 진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색깔은 어떤 맛일까?>는 시각장애 아동의 세계를 통해 색을 입체적으로 느끼는 법을 알려줍니다. 녹색은 ‘시골에서 산책하는 색’, ‘산들바람이 주는 색’, ‘여름에 먹는 수박색’, ‘풋사과의 새콤한 맛’, ‘개구리 피부 같은 촉감’ 등 다양한 감각과 결합해 살아 숨 쉬는 서사를 만들어냅니다. 색에 이토록 다채로운 층위가 있다면, 우리도 이제는 시각만으로 색을 판단하는 일을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요? 색이란 단지 보는 게 아니라 느끼고, 상상하고, 다른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일이니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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