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물과 같단다
빛은 물과 같단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송병선 옮김, 좋은엄마
빛은 물과 같단다
빛: 빛접은 아이들의 행렬
은: 은하수라도 건널 태세에요.
물: 물렁하게 봤다가는 /큰코다쳐요.
과: 과유불급인 걸/ 몰랐던 아이들
같: 같은 듯 다른 빛을/ 수돗물처럼 틀고
단: 단 하룻밤/ 빛의 파티를 열었는데
다: 다물다물/ 빛의 세계로 빨려들고 말았어요.
항구를 찾지 못한 항해
빛은 물과 같다는 말, 아이들이 그 빛에 익사했다는 이야기는 세월호를 떠올리기에 충분했습니다. 환상동화 같은 이 그림책은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유명한 마술적 사실주의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입니다. 그 장편소설처럼 이 짧은 이야기 역시 명쾌하지 않으며, 읽고 나면 풀리지 않는 어두운 기운이 남습니다. 불가해한 삶,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묻는 듯합니다. 한 반 전체가 빛 속에서 항구를 찾지 못하고 익사했다는 결말은, 살릴 수 있었지만 결국 살리지 못한 세월호의 아이들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고 내내 마음을 울적하게 만듭니다.
이야기의 비극은 제게 더 큰 두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릴 적 시골에서 방학 중 동네 아이들과 바다로 수영을 갔다가 물에 빠져 죽었다 살아난 경험이 있어서입니다. 그 기억은 오랫동안 물에 대한 두려움으로 남았고, 그 위에 세월호라는 국민적 트라우마가 얹히며 마음속 물은 더욱 깊고 어두워졌지요. 그런 제게 이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은 심란할 수밖에 없는 결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다루는 일이 늘 조심스러웠지만, 언젠가는 풀어내야 할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빛이고, 빛은 아이들일까요? 빛과 아이들은 닮았습니다. 투명하고 순한 존재로 세상을 밝히고 어둠을 밀어내면서도, 때로는 그 어둠이 되기도 합니다. 한다면 하는 아이들의 고집스러운 성정처럼, 무게감 없는 빛은 밝음과 뜨거움으로 강한 힘을 드러냅니다. ‘빛은 물과 같다’라는 어느 시인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인 듯, 아이들은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빛 속으로 항해를 떠났지요. 그러나 끝내 항구를 찾지 못한 채 빛의 물에 익사하고 맙니다. 빛은 물이었고 물은 아이들이었습니다. 그 아이들은 빛으로, 물로 지금 우리 곁에 함께 있을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