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사과가 쿵!

사과가 쿵

by 인상파

사과가 쿵!, 다다 히로시, 정근 번역, 보림


사과가 쿵!


사: 사월에 향기로운 꽃내음 풍기더니

과: 과일 나무마다 붉은 열매 치렁치렁

가: 가지 끝에 매달린 사과 하나

쿵!: 쿵! 떨어져 동물들의 식탁은 풍성하고


소유하지 않고 존재하기


이 그림책은 1996년에 출간된 밀리언셀러입니다. 무엇보다도 압권은 거대한 사과입니다. 하늘에서 ‘쿵’ 하고 떨어진 사과라지만, 아마도 사과나무에서 떨어졌겠지요. 그렇다면 그 사과를 달고 있었던 나무는 도대체 얼마나 거대했을까요. 어른 주먹만한 사과가 사자와 곰보다도 더 커서 그들을 먹이고도 남아 마지막에는 비를 막아주는 우산 역할까지 한다니, 꼭 아낌없이 주고 떠난 <선인장 호텔> 같습니다. 사과의 우주적인 쓰임 앞에 잠시 할 말을 잃게 됩니다. 유아용 그림책으로 분류돼 있어도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깊고 묵직합니다. 아이들 어릴 적에 너무 많이 봐서 책장이 너덜너덜해졌고, 결국 스카치테이프로 덧대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즘은 아이 손을 타도 찢어지지 않도록 보드북으로 나왔다고 하는데 가격도 그렇고 환경문제에서도 그렇고 그게 바람직한지 되묻게 됩니다.


사과가 쿵 떨어졌을 때 제일 먼저 발견한 이는 두더지였지요. 하지만 두더지는 그저 사각사각 갉아 먹으며 맛있게 사과를 즐겼지요. 먼저 발견했다고 ‘내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그 뒤로도 개미, 애벌레, 나비, 악어, 기린, 코끼리 등 많은 동물들이 사과를 나누어 먹습니다. 놀라운 건, 그렇게 많은 동물들이 와서 먹었는데도 누구 하나 부족하다고 불평하지 않는다는 점이지요. 사과는 가운데 심을 중심으로 우산 모양으로 남았고, 비가 내리자 남은 사과 껍질이 우산 천이 되어, 동물들은 그 아래에서 편안히 비를 피할 수 있었지요. 정말 더 바랄 게 없는 이야기입니다.


<어린 왕자>에는 새로운 별을 발견할 때마다 소유권을 주장하는 사업가가 등장합니다. 다행히 이 그림책의 두더지는 그런 어른과는 전혀 다릅니다. 최초 발견자의 권리란, 어쩌면 제일 먼저 먹고 나머지가 흐뭇하게 먹는 것을 지켜보는 것일지도요. 사과 하나로 많은 동물들이 배부르게 먹었다는 이 이야기는 “콩 한쪽도 나눠먹는다.”는 우리의 속담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런데도 현실에서는 넘치는 식량에도 불구하고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이기심과 욕심을 내려놓고, 제 몫만큼만 취하며 나머지는 함께 나누려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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