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보면
너를 보면, 피터 레이놀즈 그림, 앨리슨 맥기 글, 김경연 옮김, 문학동네
너를 보면
너: 너도 이제 다 컸구나
를: 늘 푸른 소나무처럼 싱그럽기를
보: 보름달처럼 세상을 환하게 비추기를
면: 면면히 흐르는 강물처럼 바르게 살기를
아들에게 보내는 마음
피터 레이놀즈의 그림과 앨리슨 맥기의 글이 함께한 그림책 <너를 보면>은, 이전 협업작 <언젠가 너도>에 깊이 빠져 있었던 탓인지 조금은 싱겁게 느껴졌습니다. 그도 그럴 게 <언젠가 너도>는 아이가 성장해 엄마가 없는 세상까지 상상하는 긴 여정을 그린 반면, <너를 보면>은 지금 이 순간 한창 뛰노는 예닐곱 살 무렵의 아들에게 집중돼 있기 때문입니다. 강아지를 놀이 친구 삼아, 커다란 종이 상자를 우주 삼아 상상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길. 그 눈길은 그윽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단순한 선과 밝은 색감으로 그려낸 이 그림책은 제가 젊은 엄마였을 적 어린 아들을 떠올리게 하여 마음 한켠이 저릿해집니다.
아들에게.
아빠는 늘 너에게 필요한 존재였겠지만, 성인이 된 지금보다도 어릴 적, 아주 어릴 적에 더더욱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구나. 아빠가 병을 얻은 무렵, 너는 엄마 뱃속에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보였지만, 엄마의 몸 안에서 너는 이미 우리 집안에 닥친 큰 우환을 다 느끼고 있었으리라. 아빠가 수술을 마치고 겨우 2주가 지났을 때, 네가 세상에 나왔지. 엄마는 너를 온전히 기쁘게 맞을 수 없었단다. 기쁨보다도 걱정이 산더미처럼 밀려왔거든. 산후우울증까지 겹쳐 엄마는 스스로 몸 하나도 간수하기 힘들었고, 가족을 온전히 돌보지 못했단다. 그게 두고두고 미안하구나. 하지만 그 이후의 8년은, 아빠가 너의 곁을 지켜준 시간이었다. 아빠와 함께 레고를 조립하고, 이불 위에서 구르고, 함께 놀았던 기억이 너의 마음 어딘가에는 남아 있으리라 믿는다.
초등학교 1학년, 아빠가 세상을 떠났을 때 너는 아직 너무 어렸지만, 놀랍게도 많은 것들을 기억하고 있더구나. 그 사랑이 완전하지 않았을지언정, 결코 받지 못한 것은 아니니 그만으로도 감사하자. 아빠의 빈자리를 메워보겠다고, 엄마는 억지를 부리며 저녁마다 너와 놀이터에서 줄넘기를 하고, 농구장에서 공을 던졌었지. 도서관에 함께 가서 책을 읽고, 그 주변 숲과 풀숲에서 잠자리채를 휘두르며 곤충을 잡던 너의 모습은 지금도 선하다. 아빠를 떠나보내고, 엄마는 너와 누나를 키우며 부모로서 수많은 실수와 헷갈림 속에 살아왔다. 서툴렀던 그 모든 날들을 이제는 너의 너그러움으로 감싸주길 바란다. 너도 성인이 되었으니, 앞으로의 삶에서 무엇보다도 건강을 먼저 챙기기를. 그 어떤 것보다, 너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을 기억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