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외투
배고픈 외투, 데미 글· 그림, 유정화 옮김, 비룡소
배고픈 외투
배: 배를 주린 것처럼 보여도
고: 고생깨나 한 것처럼 보여도
픈: 푼돈밖에 없는 것처럼 보여도
외: 외모로 그 사람을 판단하지 말아요
투: 투명한 하늘을 마음에 품고 있으니
겉보다 깊은 마음을 보세요
튀르키예의 옛이야기입니다. 나스레틴 호카(1208~1284)는 튀르키예를 대표하는 민중철학자이자 재담꾼입니다. 어느 날 그가 카라반(낙타에 물건을 싣고 사막을 오가는 상인들)이 머무는 여관에서 염소 소동을 해결하지요. 호주머니 속 사과 조각으로 염소를 유인하여 잡은 뒤, 곧 부자 친구가 초대한 잔치에 참석하러 가는데, 갈아입을 시간이 없었던 그는 너덜너덜하고 기름때 묻은 외투에 염소 냄새까지 풍긴 채로 떠납니다. 사람들과 어울리길 좋아하는 나스레틴은 잔치에 가서도 유쾌하게 대화를 나누려 하지만, 아무도 그를 똑바로 쳐다보지 않고 하인들조차 음식을 주지 않습니다. 그는 조용히 자리를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와 깨끗이 씻고, 고급스러운 옷으로 갈아입은 뒤 다시 잔치 자리에 갑니다.
그러자 분위기는 전혀 달라집니다. 모두가 반기고, 하인들은 음식을 잔뜩 가져옵니다. 나스레틴은 음식을 외투 속에 집어넣으며 “먹어라, 외투야. 네가 대접받은 거니까.”라고 말합니다. 당황한 사람들이 이유를 묻자 그는 말합니다. “더러운 외투를 입었을 땐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더니, 새 외투를 입고 오니 대접이 달라졌습니다. 초대한 건 나가 아니라 이 외투였던 거지요.” 그러면서 나스레틴은 진정 사람의 깊은 곳을 알고 싶다면 외모나 옷이 아니라 그 마음을 보라고 합니다. “착한 사람의 마음은 누더기 외투 속에도 깃들어 있는 것”이라 말하지요. 사람들은 그 지혜에 감탄하고 환호하며 모두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고 합니다.
어린 왕자가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지 말라는 말, 그 중심엔 여전히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진리가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남의 잔치에 더럽고 냄새나는 옷을 입고 가는 것은 예의에 어긋날 수도 있으니, 나스레틴의 행동을 마냥 잘했다고만 할 수는 없겠지요. 화려한 그림 속에는 튀르키예의 전통의상과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2005년 크리스토퍼 상 수상작이기도 하지요. ‘가슴속에 하늘을 품고 있는 사람은 늘 잘 차려입은 사람’이라는 문장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습니다. 하지만 자신은 충분히 단정하고 정성껏 차려입었다고 느껴도, 명품 가방이나 고급 옷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세상에서는 오히려 더 외롭고 배고프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