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별 하나, 곁에 머물다

by 인상파

알퐁스 도데의 「별」(자화상)


길 잃은 별 하나, 곁에 머물다


알퐁스 도데의 「별」은 내 마음속에 오래 머무는 순수한 사랑 이야기다. 밤하늘에 흩뿌려진 별빛처럼 짧지만 영원히 스며드는 그 사랑은, 황순원의 「소나기」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 글의 중심에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목동이 아가씨에게 별을 빌려 마음을 전하던 그 순간, 길 잃은 별 하나가 자기 곁에 있다고 믿었던 순결한 기억이다. 이루어질 수 없었기에 더욱 빛나는 그 사랑이야말로, 내가 「별」을 프랑스판 「소나기」로 읽는 이유다.


목동은 주인집 아가씨 스테파네트를 짝사랑한다. 신분이 달랐기에 우러러보는 마음이 더 컸고, 가까이 다가서기조차 어려운 존재였다. 그런 아가씨가 어느 일요일, 보급품을 싣고 올 사람들이 오지 못하는 사정으로 대신 목동의 숙소까지 노새를 타고 찾아왔을 때, 목동은 자신만을 위해 온 듯한 아가씨 앞에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흔들린다.


그러나 아가씨를 맞이한 것도 잠시, 보급품을 내려놓고 비탈진 오솔길로 사라진 순간, 구르는 자갈돌 하나하나가 목동의 가슴에 툭툭 떨어지는 듯했고, 아가씨가 남기고 간 여운을 깨지 않으려 꼼짝하지 못한 채 꿈속에 선 사람처럼 서 있었다. 날이 저물 때까지 그 상태로 서 있던 목동의 모습은 읽는 나까지 저릿하게 만들었다. 강물이 불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다시 목동을 찾아왔을 때, 그가 느꼈을 걱정과 격정의 마음은 오롯이 전해졌다.


잠을 이루지 못한 아가씨에게 목동은 은하수며 큰곰자리며 오리온자리며 시리우스를, 인간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에 빗대어 서정적으로 들려준다. 양치기 별이 결혼한다는 얘기를 통해서는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별의 세계 속에서라도 이루려 한 것이다. 그러나 아가씨는 그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 않고 고개를 떨군 채 살포시 그의 어깨에 기대어 온다. 그 장면은 잔잔한 한 폭의 그림 같은 사랑 이야기로 남는다.


그 밤, 목동은 자신에게 의지해온 아가씨를 지키며 곁에 앉아 있었다. 그는 아가씨를 길을 잃고 떨어진 별 하나라 여겼다. 신분의 벽 때문에 이룰 수 없는 사랑이었지만, 그 밤의 기억은 목동의 가슴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별이 된다. 스무 살의 젊은이였던 그에게 그것은 오래도록 인생을 비추는 등불이었을 것이다.


황순원의 「소나기」 의 소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들판에서 함께 뛰놀고, 개울가에서 장난을 치고, 소나기 속을 함께 달리며 느낀 설렘은 소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끊어진다. 그러나 그날의 기억은 여름 소나기처럼 짧았지만, 소년이 불어난 강물 앞에서 소녀를 업었을 때 소녀의 분홍 스웨터 앞자락에 든 검붉은 진흙물처럼 ,지워지지 않는 자국으로 남는다.


두 작품은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 속에서 쓰였지만, 순수한 사랑이라는 주제의 공통점을 갖는다. 성취되지 못했기에 더 순수하게 빛나는 사랑. 「별」의 목동과 「소나기」의 소년은 현실의 벽 앞에서 사랑을 잃었지만, 바로 그 미완의 순간이 평생을 비추는 추억이 되었다.


알퐁스 도데의 「별」과 황순원의 「소나기」가 내 기억 속에 순수한 사랑의 결정체로 지금까지 남은 것은, 두 작품 모두 국어 교과서에 실려 학창 시절의 한창 때 내 마음에 첫사랑의 원형으로 새겨졌기 때문일 것이다. 별과 소나기, 두 자연물은 사랑의 덧없음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비추는 거울이다. 사랑의 가치는 성취에 있지 않고, 기억 속에 빛나는 순간에 있다는 것을 알려준 작품들이다. 별빛처럼, 소나기처럼, 스쳐 갔지만 영원히 마음을 적시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이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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