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끄 쌍뻬의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열린책들)
결핍과 인간다움
라울 따뷔랭의 이야기는 단순히 자전거를 못 타는 한 사람의 해프닝으로 읽히지 않는다. 누구나가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기 마련이고, 그 비밀이 자기 명성과 직결된다면 그것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수영 교사가 물을 무서워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개인의 약점이 아니라 직업 전체를 뒤흔드는 모순이 된다. 라울 따뷔랭의 경우도 그렇다. 그는 자전거포의 주인이었고, 자전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정밀하게 고치는 장인이었다. 그러나 정작 그는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
처음 이 아이러니를 접하면 실소가 터져 나온다. 하지만 곱씹어보면 웃음 뒤에 남는 것은 묵직한 울림이다. 사람들은 그를 ‘자전거의 대명사’처럼 불렀지만, 따뷔랭은 늘 균형을 잃을까 두려워하며 살아야 했다. 겉으로는 완벽해 보였으나, 그의 내면은 결핍과 열등감으로 무겁게 눌려 있었다. 그는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해 더 집요하게 자전거를 연구했고, 누구보다 섬세하게 수리했으며, 그 결과 오히려 장인으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숨기려 했던 결핍이 역설적으로 그의 삶을 규정하고 이끌어 간 것이다.
만약 따뷔랭이 그 열등감을 끝내 부정하며 숨어 지내기만 했다면, 그는 결코 장인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결핍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도 아니었다. 평생을 숨긴 채 살아갔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완전히 인정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충분히 인간적이었다.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대신 타인의 자전거를 고쳐주며 신뢰와 웃음을 주었고, 사람들 속에서 자기 자리를 지켜냈다. 비밀을 고백하지 않아도 그는 이미 자기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낸 사람이다.
우리는 흔히 결핍을 메워야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따뷔랭의 이야기는 조금 다른 길을 보여준다. 결핍은 지워야 할 흠집이 아니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조건이다. 그는 결핍을 숨겼지만 동시에 그것을 삶의 방식으로 전환했다. 인간다움은 완벽에서 나오지 않고, 불완전함을 짊어진 채로 살아내는 데 있다. 어쩌면 결핍이야말로 우리 삶을 구체적인 모양으로 빚어내는 손길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표지만 보면 어린이 그림책 같지만, 읽고 나면 결코 가볍지 않다. 따뷔랭이라는 인물의 기나긴 생애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삶에서 누구나 안고 있는 결핍과 열등감, 그리고 그것을 감추거나 견디며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된다. 완벽해 보이는 사람도 사실은 보이지 않는 결핍을 지니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결핍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는 것. 이 단순하면서도 뼈아픈 진실이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래 마음에 남는다.
생각해보면 우리 역시 결핍을 안고 살아간다. 나로 말하자면 사람과의 관계 맺음이 쉽지 않고, 울적한 기분에 자주 빠져든다. 하지만 그런 모자람이야말로 책과 가까이 지내게 하고, 글을 쓰도록 부추기고 있다. 글쓰기는 나의 결핍이 만들어낸 길이고, 나는 그 길 위에서 비틀거리며 살아가고 있다. 따뷔랭이 자전거를 타지 못했지만 자전거를 누구보다 잘 다루었던 것처럼, 나의 서툼도 또 다른 능력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는 결국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 것 같다.
“당신은 어떤 결핍을 안고, 그것과 더불어 어떻게 살아가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