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 기웃거리다 56

어머니

by 인상파

어머니


밥물 끓은

아궁이 앞이었을까


약통을 짊어진

고추밭이었을까


자식 소식을 기다리던

전화기 앞이었을까


쿵, 쿵

수없이 넘어졌다


빈 밭의

허수아비


도끼날에 스쳐

마당 귀퉁이로 밀려난

장작더미였을까


바다에서 갯것을 하다

밟힌

나무토막에


그만

세월을 눕혀버린 걸까


조선 무 같은

나무토막의 종아리가

갯뻘처럼 출렁거린다


벌린 두 다리에

바지를 꿰려다

멈칫


이 나무토막

어디에서 본 것 같아


엄마를 부른다


나무토막을 엮어

어디를 떠나시려고


오늘도

여기 누워

돛을 달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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