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

이면

by 롤로로

글을 조금씩 적다 보니, 사물이나 현상을 깊게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사물과 자연은 눈으로 목도하지만, 현상과 관념 같은 것은 마음속으로 관조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라는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자세히 들여다보고 오랫동안 생각하다 보면 대상에게 애정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다. 그러다 보면 그 대상이 입체적으로 보이게 된다. 마치 조감도와 투시도를 합쳐 놓은 듯이.

풀잎과 꽃뿐만 아니라 속의 가지와 줄기까지 보이게 되고, 그 뿌리와 시원을 상상하게 된다. 그 대상의 씨앗이 처음 어떻게 그곳에 자리를 잡아 발아하게 되었는지, 어디에서 기원한 물을 먹고 자랐는지, 어떤 종류의 햇빛을 받아 성장하여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밀어 올려 잎을 내었는지, 그 전반에 걸친 흐름의 심상을 그려 본다.

우리는 항상 바쁘다.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일할 시간, 운동할 시간, 놀 시간 등등. 그러다 보니 우리는 대상을 흘깃 보고 얼른 지나친다.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이면의 모습이나 숨겨져 있는 모습은 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 대상을 사람으로 적용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내게 그대로 보이는 상대의 정면 모습이 장점이라면, 이면의 부정적인 모습도 이해하려 노력해 보고, 만약 정면의 모습이 단점이라면, 숨어 있는 멋진 모습을 찾아보려 노력해 보자.

태양이 원의 형태로 보이지만, 구의 형태로 존재한다고 이해하듯이, 우리는 2차원으로 보고 3차원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대상을 3차원으로 보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아니다. 우리는 태생적으로 상대를 2차원적으로 보고 있다. 3차원으로 보기 위해서는 내가 옆모습도, 뒷모습도 직접 봐야 한다.

지구도 태양의 보이지 않던 모습을 보려 긴 시간에 걸쳐 공전한다. 급할 필요 없다. 우리도 상대의 숨겨져 있는 모습을 발견하기 위해 천천히 그 대상의 주위를 맴돌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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