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짧은 여행

by 롤로로

통상적으로 여행이란 내가 머물던 곳을 떠나 새로운 장소, 새로운 환경과 풍경, 그리고 새로운 무언가를 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낯선 장소와 환경이라는 전제가 기반이 된다. 그런데 나는 산책을 할 때, 그중 일부는 '짧은 여행'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산책을 하게 되면 공간과 시간의 제약으로 인해 매번 걷던 곳만 걷게 되지만, 가끔 그곳을 살짝 벗어나는 길을 걷게 되는 날이 있다. 그럴 때 나는 왜인지 여행을 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뭇잎 사이로 새어 나오는 햇빛과 생소한 풍경, 콧속으로 들어오는 가볍고 산뜻한 공기와 향기, 늘 나를 휘감고 가던 것이 아닌 듯, 낯설게 피부를 스쳐 가는 바람, 나를 둘러싸고 있는 전체적인 환경과 분위기 모두가 생경하고 신비롭다.

분명 익숙한 장소이고, 오가며 많이 접했던 장소인데, 왜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일까? 이유는 내가 그곳을 직접적으로 체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머릿속으로는 익숙하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몸소 체험해 보지 못했던 것이다. 내 장소, 익숙한 장소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사람은 본인이 직접 겪어보지 않았더라도, 언뜻 봤거나, 설핏 들었던 것들, 간접적으로 경험해 봤던 이야기들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이해가 아니고, 단지 아는 것이다. 안다는 것과 이해한다는 것은 다르다. 온전한 이해를 위해서는 체험이 선행되어야 한다. 알고 있는 정보에 체험이 더해져야 이해가 비로소 완성된다.

내가 짧은 여행이라고 느꼈던 그 장소는 이제 '앎'에서 '이해'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그곳의 생리와 이치를 이해하게 되고 익숙하고 친근해진다. 여행의 영역에서 산책의 영역으로 넘어온 것이다. 그렇게 나만의 것들이 또 확장되어 간다.

나는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이해하고 있는 걸까? 또, 무엇을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을까? 그리고 앞으로 이해해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이 남아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관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