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체
오늘따라 유난히 밝고 크게, 휘영청 떠오른 달.
덕분에 오늘 밤은 특별히 더 밝아, 내 마음도 덩덜아 신이 난다.
그 모습이 오늘 더욱이 아름답기에 많은 이들로 하여금 하늘을 쳐다보게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부끄러웠는지 약간 상기된 듯, 본래 하얗던 달의 낯빛이 살짝 주황빛으로 채색되어 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계속 쳐다보자, 그 옆을 지나가는 구름의 힘을 빌려 자신의 몸을 숨겨보기도 한다.
스스로 빛을 발산하는 광원이 아닌, 태양의 반사체로서 빛이 나는 달은 그 각도나 방향에 따라 여러 형태를 지닌다. 그중 초승달, 그믐달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자신의 모습을 온전하게 보여주는 보름달이 제일 근사하다.
이와 같이, 달처럼 자신이 직접 빛을 뿜어내지 않더라도, 주눅 들 필요는 없다. 우리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객체에 주목하지, 스포트라이트 그 자체를 바라보지는 않기 때문이다.
가끔은 달도 작은 질투를 느껴 일식으로서 태양을 우리에게서 가려버리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우리에겐 너무 멋진 선물이다. 태양의 빛을 받아 그렇게 은은하게 빛나기에, 태양과는 달리 우리는 달을 오랫동안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태양빛이 노을로 변모하고, 그 아름다움이 산 아래로 넘어가며 어스름이 깔린다. 동시에 내 마음도 뭔가 서운해지지만, 어둠이 이슥해진 밤하늘에 떠오르는 환한 달이 그 헛헛함을 달래준다. 그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달을 관조하고, 탐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