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기울기

by 롤로로

길을 지나다 한 할머니가 뒤뚱뒤뚱 피자 한 판을 들고 바삐 걸어가시는 걸 본다. 애초에 걸음이 불편하신 건지, 혹은 누군가를 먹일 생각에 신이 나셔서 걸음에 리듬이 붙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부디 후자였으면 좋겠다.

그 걸음걸이에 따라 자연스레 피자는 한쪽으로 쏠려 기울어져 운반되고 있었다. 피자박스를 열었을 때 모양은 예쁘지 않을 수 있고, 토핑도 얼기설기 뒤섞여 있을지도 모른다. 허나 그 어지러운 모양새는 할머니의 신난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기에, 바라건대 개봉자는 박스를 열었을 때 낙심하거나 실망하지 않았으면 한다.

피자박스는 단지 기울어졌을 뿐이지, 결코 삐뚤어진 것은 아니다. 하트 모양의 원형인 심장도 실제 하트처럼 정직하게 서 있지 않고 약간 기울어져 있듯이, 할머니가 들었던 피자박스가 기울어져 운반된 것은 필연적으로 할머니의 하트, 즉 사랑이 피자 박스에 전달되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기울어지고, 삐뚤어져 보이는 세상 모든 삼라만상 안에도 마찬가지로 하트, 사랑이 깃들어져 있길 바라본다.

할머니의 마음에서 비롯된 포근한 온기가 피자 박스를 타고 흘러 내 마음에까지 이어져 온 것을 느끼며, 이 온기가 또 나를 거쳐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까지 가 닿기를 바라본다.

작가의 이전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