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

편취

by 롤로로

우연히 필장, 즉 붓을 만드는 장인의 제작 과정을 영상으로 본 적이 있다. 필장은 붓을 만들기 위해 무려 1년 이상의 시간을 투자한다. 그 과정이 번다하다할 정도로 많고 세분화되어있으며, 모든 작업이 섬세하고 세밀하게 이루어진다.

사유재산이란 개념이 인간에게 깃듦과 동시에 인간은 물건들을 만들어내고 소유하였다. 일상에 필요한 물건부터 시작하여 전쟁에 필요한 무기들까지, 어떤 물건이든 제작 과정에서의 장인은 존재하였다.

하지만 산업혁명과 동시에 공장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면서, 그들은 장인의 지위와 자리를 빼앗겼다. 그럼 앗아간 주체는 누구인가? 다름 아닌 시대와 시류다. 그러나 여기에는 어떤 고의성도, 악의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고의성과 악의성을 내포하여 남의 것을 앗아가는 이는 누구일까?

흔하게 우리가 저지르는 편취는 저작권 침해다. 통상적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불법 사이트에서 보는 이가 많다. 돈이 들지 않고, 무엇보다도 접근이 용이하기 때문에 많은 이들로 하여금 사이트를 이용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이용하면 할수록 그 연쇄성은 내 안의 도덕성과 윤리성을 조금씩 희석시키다, 종국에는 저항할 의지를 아예 잃게 만들어버린다. 명심해야 한다. 사이트를 이용함으로써 난 명백하게 다른 이가 공들여 구축해 놓은 성과와 결과물을 도둑질하는 것이다.

또, 저작권 침해와 유사한 사례들 중 대학원생의 논문을 가로채는 교수, 부하직원의 기획과 성과를 자신의 것처럼 둔갑시키는 직장상사와 같은 이들을 뉴스에서 자주 접한다. 이런 이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나쁘다, 치사하다.'라는 표현으로 충분한 매칭이 될까? 아니다. '저열하고 졸렬하다.'정도로 표현해야 그나마 어울리는 단어라 할 수 있겠다. 이들에 대한 당신의 인식은 어떠한가?

장인이 물건을 제작하듯 우리도 업으로서 무엇인가를 제작한다. 그 결과물이 유형이든 무형이든 관계없이 그 성과에는 나의 시간과 노력, 더 나아가 열정까지 녹아들어 가 있다. 그렇게 그 업에 임하면서 시간이 흐르다 보면, 내가 몸담고 있는 부분에서 만큼은 나도 어느새 전문가가 되어있고, 장인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의 시간과 열정이 녹아든 이 성과를 누군가가 내 허락도 없이 가져다 쓴다면 당신은 어떻겠는가. 앞에 전술하였듯 장인의 자리와 성과를 앗아간 주체는 우연한 시대의 흐름이었으며, 그 안에는 어떠한 고의성과 악의성도 내포되지 않았다. 하지만 저작권 침해와 같이 다른 이의 연구, 노력, 시간의 결과물과 성과를 뺏어가는 것은 명백한 도둑질이며, 고의성도, 악의성도 포함되어 있다.

첫 문장에 소개한 필장, 즉 붓을 만드는 장인이 1년 이상 공들여 만든 붓을 당신은 아무 대가 없이 뺏어갈 것인가? 영화와 드라마를 만든 감독, 작가와 여러 제작진들의 피땀 어린 작품을, 당신은 클릭 한 번으로 훔쳐갈 것인가?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자신 안에 흐릿하고 아득하게 남아있던 도덕과 윤리가 조금씩 선연해지고 불거질 수 있도록, 우리는 간절히 노력해야 한다.

현재 물건을 훔치는 것이 손가락질받아 마땅한 인식이 지배적이듯이, 무형자산을 편취하는 것도 지탄하고 성토할 당위가 충분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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