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반복
해가 뜨려나 봅니다.
당신이 나에게 떠오르기로 하였고
나 또한 그 하루의 시작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은 순간
당신은 더할 나위 없이 찬란한 빛을 내뿜으며
나의 대지를 비춥니다.
당신의 빛으로서
새벽의 고요함에 숨어있던 씨앗들은
여명의 옅은 볕뉘에 태동하고
오전의 따듯한 햇살에 뿌리를 내려
정오의 뜨거운 광채에 줄기를 밀어 올려 잎을 냅니다.
이렇게 당신의 빛은 나의 대지에 생명력을 부여합니다.
비가 오려나 봅니다.
먹구름이 몰려와 가려, 당신의 빛이 내게 닿지 않습니다.
나는 초조해하며 금방 지나가는 비이길 바라봅니다.
그 비는 소나기였고 당신과 나의 단절은 잠시였습니다.
다행히도 당신은 여전히 나를 비추고 있습니다.
당신과 나를 가로막던 먹구름의 방문이 잦아집니다.
잠시동안의 소나기였던 비는 장마가 되고
장마는 태풍과 쓰나미를 몰고 와
나의 대지를 마구 휘젓고 다닙니다.
이윽고 소란은 잠잠해졌으나 어쩐지 빛이,
그 찬란했었던 빛이 이제는 흐릿하고 부윰하게만 보입니다.
해가 지려나 봅니다.
마냥 눈부시게 밝을 줄만 알았던 그 빛은
나에게 경각심을 주듯 경고등과 같은 색으로
주변의 모든 것과 나의 대지를 물들이며
지평선 아래로 흔적 없이 모습을 감춥니다.
그렇게 다시 어둠이 잠식하고
깜깜한 장막 안에서
사유의 연쇄 안에서
나는 갇혀 생각하고 또 생각합니다.
처음 나를 비추었던 그 찬란한 마음을.
한낮에 내리쬐던 작열하는 뜨거운 사랑을.
먹구름이 몰고 온 우리의 갈등과 반목을.
그리고 그 소나기가 우리의 사랑을 훼방하던 존재가 아닌
나의 대지에, 우리 관계에 영양을 주입할 수 있었던
자양분이고 기반이었음을.
나는 어두운 밤 속에서 생각하고 또 생각합니다.
다시, 해가 뜨려나 봅니다.
어제와 오늘이 같을 수 없듯
저기 떠오르는 해가 당신과 다름을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찾아오는 하루는 영원히 지속될 수도
아니면 당신이 그러했듯 다시 노을이 되어
저 지평선 밑으로 사라지며 끝이 나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럼 또다시 아프겠지만, 생채기가 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매번 찾아오는
또 다른 하루가 싫지만은 않습니다.
생채기가 흉터가 되고 그 과정이 반복되어 굳은살을 만들듯
생각의 반복과 성찰이 마음의 굳은살을 만들어
나의 대지를 더욱 비옥하고 단단하게 만들 수 있음을
굳게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믿음을 마음 한켠에 간직한 채로
저기 눈부시게 떠오르는 해를,
그 하루의 시작을 또다시 받아들일 준비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