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
간혹 뉴스에서 칼부림을 자행하는 이가 보인다. 그중 더러 자신의 몸을 던져 가해자에게 맞서는 의인도 있다. 살고 싶다는 자연스러운 충동, 다치고 싶지 않다는 당연한 생리, 위험에서 거리를 두고 싶다는 당위적 태도. 이러한 본능들은 지극히 인간적이며 동물적인 본능이다. 하지만 이런 본능들과 싸워 이타적인 이성을 불러와, 그 이성을 행위로 전이시키는 이들의 이런 희생적이고 고결한 이성은 무엇으로부터 연유하는 걸까?
먼저 위험에서 회피하려는 '불 같은 본능'은 무척 강력하고 맹렬하게 작용한다. 머릿속에서 신경 신호로서 매우 기민하게 나의 근육들과 이성을 지배하려 명령할 것이다. 그 임무에 반기를 드는 이의 이성이 있다. 그 이성은 본능에게 굴종하지 않는다. 맹렬하고 기민하게 움직이며, 또 마땅하다고 거듭 속삭이는 본능에게 저항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다. 그 '독립적 이성'의 주체는 본능에게 예속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선하게 살고자 하는 이는 항상 생각하고 의심한다. 세상을 향한 온정과 이타성보다는 조소와 이기적 태도가 삶을 살아나가는 데에 더 편리하다는, 현실의 대변자가 소리치는 이야기에 대하여 매번 강력히 의심한다.
희생을 하고자 하는 이는 거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간다. 그는 의심에서 그치지 않고, 투쟁한다. 그는 매번, 거듭 보이지 않는 유혹과 싸워가며 본능에게서의 독립을 이루어낸다. 그 결과, 어떤 사건에 대하여 내 몸과 사고에게 명령을 내리는 주체는 '불 같은 본능'이 아니라 '독립적 이성'이 되게 된다.
우리는 프로메테우스에게 불을 선물 받았다. 그는 그 벌로서 독수리에게 3만 년 동안 간을 쪼이게 된다. 그는 중간에 제우스와 화해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굳이 타협하지 않았다. 그는 편하고자 하는 본능과 투쟁하였고, 독립적 이성을 쟁취한 자다.
프로메테우스에게 선물 받은 불을 나의 본능을 지피는 데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 불로 비춰볼 것이다. 나의 쟁투의 대상과, 그 대상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길들을, 그가 선물해 준 불과 희생으로 비춰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