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꾼

스스로 깨어내는 알

by 롤로로

나는 나 자신의 생각, 신념, 가치관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지키고 보호함과 동시에 그들이 내 사상의 둥지에서 안전하게 자라게끔 알을 품고, 돌보며, 영양분을 공급한다. 다른 이가 내 사상을 함부로 어지럽히지 못하게끔 항상 경계한다.

좋은 작가들은 나를 감화시킴과 동시에 둥지 깊숙한 곳에 알을 한 개씩 선물하고 간다. 그 알은 헤르만헤세가 쓴 데미안에서의 표현처럼 하나의 세계다. 그 세계를 깨뜨리며 부화하는 존재는 그 알을 선물해 주고 간 작가 그 자신이다.

둥지에 놓여있는 수많은 알들 중 나는 선택한다. 그리고 품는다. 품음으로써 껍질은 깨어지고, 안의 내용물과 내 둥지의 경계는 허물어진다. 알을 놓고 간 이의 생각과 신념이 나의 둥지에 녹아들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난 편애하며 품는다. 어쩌면 확증편향이라 할 수도 있겠다. 난 나의 가치관과 신념에 부합하는 알만을 품고 부화시킨다. 그러나 그중 내가 품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는 개체가 있다. 그들의 껍질 구성은 조금 다르게 짜여있다. 스스로 깨어진 알의 껍질은 내 사고의 틀이다.

내가 선택하여 품었던 알들과 다른 성격의 알들은 스스로 하나의 세계를 뚫고 나왔지만, 기존 알의 내용물들과는 다르게 나의 둥지에 쉽게 녹아들지 못한다. 난 경계의 시선을 외부에서 내부로 돌린다. 그리고 의심한다. 나와 긴밀하고 또 친숙했던 그런 사상과는 성격이 자못 다르기 때문이다.

내부에서 어지러운 난맥상이 이어지다, 이내 잠잠해진다. 타성과 관성에 굳어지고 싶지 않다는 욕심, 더욱 유연한 사고를 갖고 싶다는 욕심, 더 큰 둥지를 갖고 싶다는 욕심, 이런 욕심들이 위시하여 스스로 깨어 태어난 알의 사상을 받아들였고 이내 나의 둥지에도 녹아들게 된다. 그렇게 깨어졌던 내 사고의 틀은 다시 새롭게 재편된다.

나도 그런 이가 되고 싶다. 나의 알을 다른 이가 자신의 둥지에서 선택하여 품지 않아도, 스스로 알을 깨어 나올 수 있을 만큼 강력하고 통렬한 자아를 가진 알을 여러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그런 존재. 그리하여 그 둥지 주인의 사고의 틀을 깨어 재편해 줄 수 있는 존재. 나는 그런 글을 쓰는 존재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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