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인

보다

by 롤로로

길을 지나다, 까만 피부를 가진 청년을 본다. 그는 물이 흐르는 작은 천을 굽어보며 텅 비어있는 처연한 눈동자로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다. 분명 어딘가를 응시하지만 그 시선이 실제로 가 닿는 곳은 없는 듯하다. 그의 시선은 외부를 향하지 않고 있다. 그의 시선은 분명 내부를 향하고 있다.

우리가 무엇을 볼 때는 외부의 빛이 망막을 거쳐 전기적 신호로 시신경을 통해 뇌로 향하는 방식으로 시각을 경험하게 된다. 그에게는 필시 그 빛이 시각을 관장하는 부분이 아닌 기억을 관장하는 부분에 가 닿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회상하고 있다. 아니, 그는 보고 있다. 매우 생생하게 추억하기에 그는 보고 있는 것이다. 그는 그가 떠나온 장소, 사람, 시간들을 선연하게 보고 있다.

나 또한 본다. 그를 통해 본다. 낭창낭창 흔들리는 풀들을 보며, 느긋하게 흐르는 물을 보며, 부쩍 높아진 하늘을 보며, 휘영청 떠오른 달을 보며 그리고 그 달빛에 비친 그의 얼굴, 마치 다른 곳에 가있는 듯한 그의 얼굴을 보며 우리는 함께 보고 있다. 나의 고향, 그리고 그의 고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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