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에 비친

글 속 의미

by 롤로로

흰 여백에 빼곡히 나열된 활자들.
그 안에 듬성하게 포괄된 의미들.
그 안에 밀도 있게 포함된 의미들.

글 속 의미의 밀도를 판가름하는 요소.
그것은 글쓴이의 몫이 아닌 읽는이의 몫.
그 글이 자신과 얼마나 닮아있는가를 읽어내는 것.

온갖 활자가 머금고 있는 삼라만상.
그중 나와 닮아있는 것들의 밀도 있는 가치들.
밖으로 출력되지만 않았을 뿐인 나의 부분적 조각들.

원을 그리며 사위로 퍼지는 수면 위 활자들의 파문.
그 잔물결이 걷힐 때쯤 보이기 시작하는 실루엣.
흐릿한 형상이 뚜렷해지자 보이는 자신과 똑 닮은 무언가.




그래서일까. 무언가를 써 내려간다는 건 마냥 무겁지만은 않은 행위인 듯하다. 난 구태여 의미를 담아 글을 써야 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 의무를 지지 않기에 무겁지 않다. 무겁지 않기에 얽매이지도 않는다. 다만 바랄 뿐이다. 나의 글과 똑 닮은 누군가가 반드시 그 글들을 찾아 읽어주기를. 그리고 수면 위 활자의 파문을 걷어내 그 안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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