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어짐에서 묽어짐으로

다시 정형

by 롤로로

그녀는 항상 마트 이름을 바꾸어 말하였다.
나는 매번 마트 이름을 정정해 주었다.

그녀는 항상 물건의 이름을 틀리게 말하였다.
나는 매번 물건의 이름을 정정해 주었다.

그녀는 항상 그 뜻의 의미를 다르게 말하였다.
나는 매번 그 뜻의 의미를 정정해 주었다.

나는 그녀를 바로잡아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바로잡을 건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세상에는 그렇게 정해져 있는 이름들이 있다.
사회적 약속에 의해 이루어진, 뜻의 의미들이 있다.

음절이 조금 전도된 것이 큰 잘못이었을까.
그 뜻이 살짝 빗겨나간 게 큰 과오였을까.

내 안에도, 내 안에서만 정해진 정답들이 있었다.
그것은 단단함을 가장한 고집과 이기심이었다.

그녀가 내 정답과 다르게 말할 때
나는 왜 그렇게 말하는지, 따지며 나무랐다.

그녀가 내 정답과 다르게 행동할 때
나는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몰아세우며 비난했다.

그녀가 내 정답에서 어긋날 때마다
나는 왜 정답과 일치하지 않느냐며, 화내고 분노했다.




긴 호흡으로 사유하고 반추해 봤다. 이제는 조금 보인다. 봄으로써 알게 된다. 너무도 미숙했던 행동들이었음을 알게 된다. 성찰했기에 알고, 알기에 조금 더 성장한다. 그러므로 제어할 수 있게 되고, 제어하기에 미숙의 반복은 연쇄의 성격을 잃는다. 그러므로 성찰은 곧 성장이다. 나의 내면에 물을 조금 섞는다. 굳어있던 진흙은 조금 물렁해지되, 다른 의미로는 유연해진다. 정형이 가능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나는 그 형태를 다시 만들어가 본다. 조금씩 모양을 잡되 굳어지지는 않게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녀는 항상 작은 실수만을 모르고 할 뿐이었다.
나는 매번 나의 큰 실수들을 모른 체 할 뿐이었다.

이번엔 내가 나 스스로에게 정정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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