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세 너머로

DNR

by 롤로로

침대에 누워 속절없는 고통에 신음하는 환자.
그와 필적하는 내면의 고통에 신음하는 보호자.
그 무엇보다 강력하게 결속되어 있는 그 둘의 손.

당장에 나눌 수 있는 애틋함이 그뿐이기에,
다시는 그 온기와 향수를 감각할 수 없을지도 모르기에,
그 불안감과 조급함의 명령으로 더욱 꽉 쥐게 되는 두 손.

그런 그들을 감싸고 있는 어수선하고 분주한 공기.
소란한 발소리로 그 분위기에 장단을 맞추는 의료진들.
그중 유난히 급한 박자를 만들며 빠르게 둘에게 향하는 의사.

발소리가 멎자, 보이는, 가운만큼이나 파리한 얼굴의 의사.
그제야 들리는 불쾌한 소리, 모니터의 삐, 소리.
그 음은 단순 경고음이 아닌 죽음을 알리는 플랫한 음.

심장이 멎자, 보이는, 어둡고 흐릿한 형태의 존재.
고통을 비롯한 모든 감각이 사라짐과 동시에 또렷이 불거지는 확신.
그 존재는 영혼을 위해 마중 나온 이승 너머의 존재.




방금까지 환자였던 그 영혼은 이제 보호자의 손을 놓고
자신을 위해 마중 나온 존재의 손으로 바꿔 잡는다.
그리고 둘은 어딘가로 급히 떠난다.

산 자는 눈에 힘을 주어 죽은 자의 마지막 모습을 아로새긴다.
이윽고 이번에는 텅 비어버린 눈으로,
비어있으면서도 불투명한 눈으로 의사를 바라본다.

그는 어떠한 선언을 기다린다.
의사는 망설이며 주저하다, 곧 결심한다.
의사는 단호해 보이는 표정을 부러 지어 보이며 사망선고를 내린다.

그리고 그들의 곁을 떠나기 위해
다시 어수선한 공기 속으로 섞여 들어가고,
소란한 발소리를 만들며 다시 어딘가로 급히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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