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

어두운 감정

by 롤로로

찰나의 시간에 탁한 색의 액체가 치솟듯 부상한다.
그 물감은 모종의 요인에 의해 내부적으로 터지듯 폭발해
자신이 종속된 총체를 똑같은 색으로 물들여버린다.

탁한 색에 의해 물든 찰나는 서로 점철되어 순간이 되고
순간은 무한한 연쇄의 작용에 의해
그 모습을 영속으로 치환하려 한다.

그렇게 나는 물들어간다.
어둡고 탁한 색으로.
어둡고 탁한 감정은 나를 찰나에서 영속으로 잠식한다.

하지만 난 알고 있다.
난 선택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난 자정이라는 작용을 선택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알고 있음을 인지함과 동시에 선택한다.
스스로 맑아지기를 선택한다.
주체적으로 정화되기를 선택한다.

이제는 거꾸로 뒤집혀
영속이 되려 했던 탁함은 순간으로 회귀하고
순간은 찰나로 환원된다.

탁한 액체의 출처가 내부인지 혹은 외부인지 그 사실은 중요치 않다.
내 안에 정화할 수 있는 기성의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그 사실을 인지할 수 있다면, 맑음과 난 결코 개별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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