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ic, alco-holic
처음 너와 가까워졌을 때의 난 아직 영글지 않았을 때야. 그랬던 만큼 난 너와의 적정거리를 몰랐지. 그렇게 우리 사이의 경계를 넘어버렸고, 넌 나에게 확실하고도 날카로운 고통을 경험시켜 주며, 경고했지. '그래, 알았다. 난 이제 널 멀리할 것이다' 그렇게 다짐했지만, 그 결심은 불과 며칠 만에 무위로 돌아가게 되고, 난 다시 널 찾게 되더라고. 그렇게 너에게 몇 번의 경고를 더 받아가며, 나중엔 결국 너와의 적정거리를 찾게 됐지. 그리고 꽤 시간이 흐른 지금이지만, 이제는 잘 모르겠어. 경계선이 점점 흐릿해져서 지금은 그게 잘 보이지 않아. 그래, 확실히 난 지금 위험한 상태인 거야.
그걸 자각함과 동시에 날 끌어당기고 있던 모종의 자력도 인지하게 됐어. 난 매번 그 힘에 이끌려 널 찾게 되는 거야. 왜 항상 그럴 수밖에 없을까, 중언부언 되뇌며 반성하고 다짐하지만, 그 힘은 너무 강해 날 송두리째 끌고 가. 그렇게 다시 넌 나의 의식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오고, 그 순간의 난 몽롱함과 동시에 행복감을 느껴.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났을 때 난 반대로 불행감을 경험해. 그 감정에 집중하여, 깊이 사색해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 너와의 시간은 행복이 아니라 단지 쾌락이었던 거야. 그 순간의 쾌락을 위해 난 내 자신의 건강과 미래의 가능성, 열정과 에너지 등 많은 것들을 빼앗겼고, 더 빼앗길 수도 있겠지. 너가 날 격려하는 척 줬던 건 용기가 아닌 만용이었고, 안정이 아닌 안주였고, 희망이 아닌 낙망이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넌 순간에 한정하여 정말 매혹적이야. 그 매혹에 이끌려 다니며, 통시적으로 굴레가 씌워지는 지도 몰랐지. 오랜 시간에 걸쳐, 시나브로 너에게 잠식되어 버린 거야. 넌 날 움켜 잡아, 놓아주지 않아. 지금은 얼핏 그런 궁금증이 들어. 처음 너가 날 위해 줬던 경고가 왜 지금의 나에게는 경고로 나타나지 않을까. 왜 그 경계선이 흐릿해져버려, 내가 경종을 듣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렸을까. 그 경고가 아직까지도 유효했다면, 난 너와 멀어질 수 있었을 텐데.
참 모순적이게도 널 원망하면서도, 널 갈망하고, 또 원해. 서로 반목하는 감정의 결합에서 생기는 이 혼란스러운 느낌은 뭘까. 그 이율배반을 느끼며, 이 복잡성을 단순화시키고 싶다,라는 생각, 그래서 너에게 또 기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 이제는 너와 이별할 수 있을 거라는 다짐도 점점 흐릿해지고, 아득해져 가. 결국 이렇게 귀결되는 건가, 자책하면서도 난 다시 널 찾겠지. 이 글의 마침표를 찍은 후에도, 그 이후에도 난 결국 너를 또 만나러 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