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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만식 Jul 11. 2023

갈대와 파스칼

   추운 겨울, 양재천에 가냘프게 서 있는 갈대를 보면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라는 파스칼의 말이 생각난다. 갈대는 잎이 누렇게 시들고 이삭에는 하얀 솜털이 바람에 흔들린다. 이 모습이 애처롭게 보이지만 겨울의 정취를 자아내 사람의 마음을 묘하게 흔들기도 한다.


   "인간은 자연에서 가장 연약한 한 줄기 갈대일 뿐이다. 그러나 그는 생각하는 갈대다. 그를 분쇄하기 위해 전 우주가 무장할 필요가 없다. 한줄기의 증기, 한 방울의 물이면 그를 죽이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우주가 그를 분쇄한다 해도 인간은 그를 죽이는 것보다 더 고귀할 것이다. 인간은 자기가 죽는다는 것을, 그리고 우주가 자기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주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의 존엄성은 생각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으로 자기를 높여야 한다. 우리가 채울 수 없는 공간과 시간에서가 아니다. 따라서 올바르게 사유하도록 노력하라. 이것이 곧 도덕의 원리다."

   17세기 프랑스의 블레즈 파스칼(1623~1662년)이 '팡세(명상록)'에 쓴 글이다. 파스칼은 인간을 자연의 갈대에 비유하여 아주 연약하다고 했으며 동시에 인간은 생각하는 존엄한 존재라고 정의했다.

   팡세는 인간의 현상세계에서 초월적 세계까지 이르는 거대한 지적, 영적 모험을 기록한 것이다. 파스칼은 기독교 '호교론'을 완성하지 못하고 924개의 단편을 남기고 39세에 요절했다.


   사상가들은 파스칼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파스칼의 구상은 팡세 전체를 2부로 나누고, 제1부에서는 '신 없는 인간의 비참함'과, 제2부에서는 '신과 함께 하는 인간의 지복'을 다루고 있다. 모든 것은 신과의 관계에 의해서 인간의 존재가 어떻게 변하는가에 관심이 집중된다. 파스칼은 먼저 인간성 그 자체의 탐구로부터 시작하여 인간존재가 얼마나 불완전하고 모순에 차 있는가를 나타내려고 하였다." (출처 : 세계의 사상, 저자 고영복)


   나는 고등학교 다닐  <윤리> 과목을 배웠다. 윤리 선생님은 파스칼 팡세의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라고 시작하는 구절을 우리에게 암송하게 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팡세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성인이 되어서야 인간은 연약함과 동시에 존엄성을 갖고 있으며, 이것은 인간이 생각함으로써 가능한 현상임을 깨닫게 되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이 있다면 생각을 통해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곧, 생각이다.


   성현과 사상가들의 '생각'에 대한 말씀이 여럿 있다. 약 2,500년 전, 공자는 "배우고도 생각하지 않으면 얻을 게 없고, 생각하고도 배우지 않으면 위태로움을 면할 길이 없다."라고 말했다. 맹자는 "마음이 맞는 역할은 곧 생각하는 일이다. 생각하면 얻지만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다."라고 공자와 비슷한 개념의 말을 했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끄집어내어 인간의 이성을 중요시했다.

이러한 말씀은 인간은 생각을 함으로써 진리를 터득하는 위대한 존재이므로 인간답게 살아가야 한다는 교훈이다.

   현대는 과학문명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경쟁 또한 치열하여 모두가 분주하게 살아간다. 그만큼 물질이 인간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형국이다. 인간의 생각은 다양하다. 우리가 하는 모든 생각이 파스칼이 말하는 생각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파스칼이 지적한 바와 같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생각이 바로 그 위대한 생각이다. 생각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이 지켜지는 세상이 오길 기대한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 하나는 자기를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의인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를 의인이라고 생각하는 죄인이다."는 말도 파스칼이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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