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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만식 Jul 12. 2023

슬픈 꽃, 꽃무릇

며칠 , 꽃무릇 축제가 열리고 있는 성남시 분당중앙공원을 찾았다. 가을빛을 듬뿍 담은 꽃무릇 군락을 바라보니 붉은 색깔의 화려함과 동시에 왠지 슬픈 감정이 슬며시 밀려왔다. 한편 긴 줄기 끝에 꽃이 피고 여러 개 수술이 밖으로 길게 나와, 마치 여인네의 긴 눈썹 같이 예쁘게 보였다.


꽃무릇만개하였는데 이상하게 꽃잎은 보이지 않았다. 꽃무릇은 꽃이 떨어진 다음에 짙은 녹색의 꽃잎이 나오므로 꽃과 잎이 서로 만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슬픈 꽃이라 부르고 꽃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공원에는 빛깔 고운 꽃무릇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거나 벤치에 앉아서 상념에 젖는 많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꽃무릇은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본래 이름은 돌 틈에서 나오는 마늘종 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석산화다. 꽃이 진 후에 잎이 돋아나꽃무릇은 결코 만날 수 없는 애틋한 사랑을 상징한다. 그래서 상사화와 혼돈하기도 한다.

꽃무릇은 잎이 지고 난 후, 꽃이 피는 상사화와는 다른 식물이다. 꽃 색깔도 꽃무릇은 짙은 선홍빛인데 비해 상사화는 연보랏빛이거나 노란빛이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꽃무릇 군락지는 고창 선운사다. 우아한 자태의 연꽃과 달리 너무나 화려하고 유혹적인 빛깔이기에 절과는 안 어울릴 것 같지만 유독 절집에 꽃무릇이 많은 이유는 꽃무릇에 있는 독성 때문이.

절집을 단장하는 단청이나 탱화에 독성이 강한 꽃무릇의 뿌리를 찢어 바르면 좀이 슬거나 벌레가 꽤지 않는다. 이런 필요에 의해 심은 것이 번져, 지금은 군락을 이룬 것이다.


꽃에는 애틋한 전설이 다. 아주 오래전, 절집을 찾은 아름다운 처녀에 반한 젊은 스님이 짝사랑에 빠져 시름시름 앓다 피를 토하고 죽은 자리에 피어난 꽃이 꽃무릇이라고 전한다.

짙은 선홍빛을 띠는 화려한 꽃무릇을 보고 사람들이 애틋한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꽃은 잎을 그리워하고 잎은 꽃을 그리워하지만 서로가 만날 수 없는 처지가 인간의 세상사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1970년 초 청춘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가수 양희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란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실려 있다. '돌아서는 나에게 사랑한단 말 대신에 안녕 안녕 목 메인 그 한마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기에~'


꽃무릇은 화려함과 애절함이 함께 배어있다. 어느 사람은 이 꽃을 보고 자신의 화려했던 옛 추억을 떠올리고 다른 사람은 이루어질 수 없는 그 시절의  애틋한 사랑을 그리워한.

무릇 구경을 마치고 공원을 나설 때, 석양에 물든 저녁노을도 꽃무릇처럼 애틋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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