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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만식 Jul 12. 2023

코로나19에 걸린 날 하루

   장맛비가 주룩주룩 청승맞게 내렸다. 밝은 대낮에 침대에 누워 있자니 별생각이 다 들었다. 내가 왜 코로나에 걸렸을까? 지난 4월 2일, 4차 백신도 맞고, 그간 마스크도 잘 썼는데….

   코로나 검사 결과가 나오면서 백신의 신뢰가 민들레 꽃씨처럼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혹시 물 백신을 맞았나 하는 엉뚱한 생각도 뇌리를 스쳤다. 만약, 재수가 없어서 코로나에 걸렸다면 그간 예방 접종한 공(功)은 어디로 갔는가?

   얼마 전에는 가물어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다고 난리를 쳤는데, 지금은 물난리를 걱정할 정도로 소나기가 세차게 내린다. 에어컨 실외기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무섭게 쏟아지는 빗줄기가 상처 난 내 가슴을 마구 때리는 듯했다. 코로나 약을 먹고 곧 잠이 들었으나 소나기 내리는 요란한 소리에 다시 잠을 깼다.


   지난 토요일 새벽, 아들이 싱가포르에서 돌아와 PCR 검사를 받았는데, 이튿날 양성으로 나왔다. 아내는 아들이 한국으로 출발하기 전, “요즘 코로나19가 다시 급증하니 조심해라.”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었다. 그래서 아들은 '넵!'이라고 자신 있게 댓글을 달았지만 유감스럽게도 코로나19에 걸렸다.

   아들은 우리 부부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곧바로 세미나에 참석차 집을 나섰다. 아들과 식탁에서 불과 20여 분 같이 앉아 있었는데, 그때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고사성어가 머리에 떠올랐다. 최근, 우리 가정에 어떤 좋은 일이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도 별다른 것이 없다. 한동안 무탈한 것이 좋은 일이라 생각하면 좋은 일이다.

코로나19에 걸리고 내가 느끼는 증상은 이렇다. '열이 나고 목이 아프다. 잔기침이 나며 온몸이 쑤시고 몸살기가 심하다. 기력이 없고 자꾸 눕고 싶다.'


    코로나 생각을 잊으려고 신문을 펼쳤다. 사회면에는 코로나19가 변이 되어 감염률이 35% 증가하였으며, 세계 각국에서 환자들이 속출한다는 기사가 보였다. 경제면 기사에는 치솟는 금리와 뛰는 물가 때문에 경제 성장률이 확연히 둔화하여 세계 각국이 비상사태에 직면했다는 기사가 크게 실렸다.

   부동산과 관련하여 어느 전문가는 향후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하고 다른 전문가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로부터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동안 집값이 저금리로 늘어난 유동성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급등했다. 특히, 대부분 자산을 부동산에 투자하는 한국과 같은 나라는 가격 부침이 심했다. 금리가 올라가고 주식 시장이 떨어지면 다음은 부동산이 내려갈 차례다. 부동산 과열 시점에 빚으로 집을 산 영끌족이 안타깝다. 자본주의에서 약자가 시장으로 달려들 때는 거의 끝물이다. 그래서 개미는 서럽고 큰돈을 벌지 못하는 세상 이치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정치면에는 여당 대표, 이준석 기사가 보였다.  대표는 최고위, 의총에 참석하지 않고 잠적하였으며, 이날 오후 Facebook에 '당원 가입하기 딱 좋은 월요일'이란 글을 올리고 당원들을 독려했다.

   사람 마음이란 참으로 알다가 모를 일이다. 툭하면 잠적하는 정치인들의 행태는 떳떳한 처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휴대폰 벨이 울렸다. 고향 친구, 김 교수가 "오늘 컨디션이 어떤가요?"라고 다정하게 말했다. 사실 오늘은 죽마고우(竹馬故友)들과 당구 모임이 있는 날이다. 코로나 감염되어 부득이 불참이라고 통보하였더니 모임을 끝내고 안부 전화를 한 것이다.

   오늘따라 김 교수의 목소리가 힘이 넘쳤다. 그 이유는 내가 참석하지 않은 덕분(?)에 오늘 당구 시합에서 자신이 연속 3번이나 우승을 했다고 자랑을 했다. 듣기 좋은 말이지만 한편, 섭섭한 감정이 슬며시 들었다. 내가 없어도 모임은 성대하고 게다가 우승을 했다고 자랑도 하다니 ᆢ. 아픈 자만 서럽다. 그래도 친구는 역시 오랜 친구가 좋다. 김 교수는 "청옥, 빨리 완쾌하여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요."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늦은 오후, 직장 친구이자 블로그 이웃인 청사초롱이 전화를 걸었다. 이 친구도 지난달, 부부가 동시에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일주일 넘게 고생한 이력이 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 그런지 내 증세를 꼼꼼하게 물어보고, 잘 먹어야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요즘  그는  조선시대 당파싸움을 제재로 역사 수필을 쓰고 있다. 아마도 혼탁한 한국의 정치 현실이 그를 자극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오피니언 지면을 살펴보았는데, 금강 스님이 쓴 칼럼이 눈에 띄고 기분이 환하게 밝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글의 제목은 '마음도 샤워하는 시간이 필요해'였다. 이 글이 전하는 메시지는 진화된 인류가 산다는 21세기에 국가나 개인들이 무한 경쟁에 갇혀 위기를 조장하고 있으며, 이럴 때일수록 각자는 희망의 불씨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금강 스님이 오늘도 마음공부를 하고자 찾아온 귀한 인연들과 함께 좌복에 앉아 자기 안의 평화롭고 행복한 성품 찾는 길을 함께 걷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저녁 무렵, 아내가 힘든 몸으로 식사를 준비했다. 모두가 아무 대화를 하지 않고 약을 먹기 위해 억지로 밥을 먹는 듯한 분위기였다. 식사를 끝내고 내가 설거지를 하려고 할 때, 아들이 "제가 할게요. 아빠는 쉬세요."라고 말하며 나를 방으로 밀었다. 감염의 진원지가 본인이라고 생각했는지 미안함을 느끼는 듯한 공손한 태도였다.

   하지만 지금 내가 가장 의지하고 싶은 말은 솔로몬의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인생 명언이다. 심신이 힘들고 괴로울 때, 가장 효험이 있는 명약은 아마도 세월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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