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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만식 May 13. 2024

부지런한 심밤중

추암 촛대바위

내 고향 강원도 삼척지방에는 <부지런한 심밤중>이라는 설화가 내려오고 있습니다.

삼척시 미로면 상거노리에 삼척 심 씨 집성촌이 있는데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어느 씨는 이른 새벽부터 밭에 나가 농사일을 하면서 식구들을 부양했습니다.


옛적 어느 날, 씨가 새벽에 일어나 집에서 약 1km 떨어진 본인의 조밭을 어둠 속에서 매기 시작하였습니다. 쉬지 않고 부지런히 밭을 맨 결과, 해 뜰 무렵에 일을 모두 마쳤습니다.

심 씨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면서 흐뭇하게 조밭을 바라볼  아침해가 서서히 떠올라서 어둠이 걷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이게 웬일입니까? 씨가 오늘 새벽에 남의 밭을 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가 열심히 조밭이 자기 밭과 비슷하게 보이는 옆동네 사는 박 씨 밭이었습니다.


이 사실이 온 마을에 알려지면서 그는 <부지런한 심밤중>이란 별호가 생겨났고 엉뚱하게 부지런한 사람을 심밤중이라고 놀리는 이야기가 지금까지 전해 오는 것입니다. 

내 친구 심봉구 작가의 고향이 심밤중이 살았던 미로면 상거노리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심작가도 역시 부지런합니다.

해암정

강원도 강릉시와 삼척시에는 삼척 심 씨 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삼척 심 씨 시조 신제 심동로 선생의 후손입니다. 동해시 추암 촛대바위 뒤에는 해암정이라는 정자가 있습니다. 심동로는 고려시대 공민왕 때 시국이 어수선하여 벼슬(예의판서, 집현전제학)을 그만두고 그가 태어난 삼척군 북평(지금의 동해시)으로 낙향하여 해암정을 짓고 후학을 가르친 분입니다. 공민왕은 심동로의 낙향을 수차례 만류하였으나 그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동쪽으로 간 노인(어른)라는 뜻으로 東老라는 이름을 하사하였습니다. 추암 해변은 애국가의 일출 장면에 나오는 유명한 곳입니다.  


나는 추암 해변에 올 때마다 신제 심동로 선생과 '부지런한 심밤중' 생각나 슬며시 웃음이 나옵니다.


추암 해변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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