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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만식 May 10. 2023

화가 이왈종의 중도와 연기


오늘은 서귀포 정방폭포 부근에 있는 '이왈종 미술관'을 다녀왔다. 이 미술관은 제주도 남쪽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자연의 빛과 바람이 그대로 전달되는 풍광이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미술관에 도착하여 먼저 화가 이왈종의 '제주 생활의 중도(中道)와 연기(緣起)'라는 작품 세계와 그의 인생철학을 담은 '작가노트'를 읽어보니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듯했다.

이왈종 미술관

이왈종의 작가노트는 다음과 같다.

'나는 제주에 정착하여 20여 년이 넘게 제주 생활의 중도와 연기란 주제를 가지고 한결같이 그림을 그리면서 도대체 인간에게 행복과 불행한 삶은 어디서 오는가 만을 깊게 생각해 왔다. 인간이란 세상에 태어나서 잠시 머물다가 덧없이 지나가는 나그네라는 생각도 해봤고 세상은 참으로 험난하고 고달픈 것이 인생이라는 것도 생각해 봤다. 살다 보니 새로운 조건이 갖춰지면 새로운 것이 생겨나고 또 없어지는 자연과 인간의 모습들에서 연기라는 삶의 이치를 발견하고 중도와 더불어 그것을 작품으로 표현하려고 하루도 쉬지 않고 그림 그리는 일에 내 일생을 걸었다.


사랑과 증오, 탐욕과 비움, 번뇌와 자유는 어디서 오는가? 그 슬픔과 기쁨, 행복과 아픔은 모두가 다 마음에서 비롯됨을 그 누구나 알지만 말처럼 그렇게 마음을 비우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러한 마음이 내재하는 한, 행복한 삶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하면서 서서히 흰머리로 덮여가는 내 모습을 바라본다. 행복과 불행, 자유와 구속, 사랑과 고통, 외로움 등을 꽃과 새, 물고기, TV, 자동차, 동백꽃과 노루, 골프 등으로 표현하며 나는 오늘도 그림 속으로 빠지고 싶다.'


이왈종은 중앙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건국대에서 석사를 마쳤으며 추계예술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1990년에는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해 교수직을 그만두고 서귀포에 왔으며, 현재 이곳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작품 세계는 자유로운 화면 구성과 풍부한 색채감, 여기에서 연출되는 화려한 장식적 파노라마가 특징이다. 거침없고 자유로운 상상력과 감성의 세계를 보여주는 그의 작품은 전통 동양화를 극복하려는 새로운 조형의지를 담고 있다.





이왈종 화가는 우리 삶을 이루는 생명이 있는 것과 없는 것들을 평등의 조건 아래 표현함으로써 중도의 원칙을 지킨다. 자연의 풍광과 일상의 희로애락이 어우러진 그의 작품은 현실 속에 공존하는 이상향과도 다르지 않으며 그래서 한없이 따스하고 정교한 손끝에 닿는 것처럼 삶의 온기가 느껴진다고 평한다.


오광수 미술평론가는 이왈종의 근작에 대해 "예술은 어쩌면 꿈꾸는 일이고 꿈의 차원을 부단히 모색하는 작업이라고 할 때 이왈종의 작품은 일상을 꿈으로 치환해 놓은 놀라운 연금술의 작업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바야흐로 무르익어가는 꿈의 경치가 꽃처럼 활짝 열리고 있음을 만나게 된다."라고 했다.


이왈종 화가의 철학적 사상은 불교에 기초한 중도(中道)와 연기(緣起)에서 비롯되었고 깨달은 바를 실천하 화가이자 구도자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창작하여 대중에게 즐거운 감상의 기회를 제공하며 나아가 삶의 중도와 연기를 일깨워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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