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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만식 May 12. 2023

숟가락은 국맛을 모른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법구경(法句經)을 읽기 시작했다. 조직의 이상적 목표와 현실과의 괴리 속에서 가끔 갈등과 번민이 생겼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야기되는 의견 대립과 수직적 조직에서 오는 의사결정의 비합리성을 극복하기엔 인내와 지혜가 필요했다.


법구경은 글자 그대로 진리를 다룬 경전이다. 불교 경전 중 금강경, 반야심경과 더불어 가장 많이 알려졌다.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경전으로 인식되는 것은 실행하기 쉬운 행위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경전을 읽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욕심이 사라져 위안을 얻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법구경은 어리석은 사람과 스승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숟가락이 국맛을 모르듯, 어리석은 사람은 스승과 평생을 살아도 길을 잃고 헤맨다. 혀가 국맛을 알듯, 깨어 있는 사람은 스승과 한순간만 함께 있어도 길을 보게 된다.'


어리석은 자(者)는, 마음으로만 살면서 무심(無心)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자를 의미한다. 즉, 지식과 정보의 차원에서 살뿐 지혜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자를 일컫는다. 성직자들에게는 경전에 통달했을 뿐 진리를 모르는 자도 어리석다고 했다. 한편, 어리석다는 말에 단순한 무지(無知)를 뜻하지 않는다고 한다. 무지한 사람도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인식하면 더 이상 어리석은 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숟가락이 국맛을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살아있는 것이 아니고 죽은 물건이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자도 이와 같다고 한다. 외견상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거의 죽어 있는 것과 . 가슴이 작동하지 않고 머리를 통해서 살아가는 사람은 죽은 숟가락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실, 지식이 풍부하다고 반드시 지혜로운 것이 아니며 머리를 통해서만 삶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승과 동반자가 되는 것은 큰 축복이다. 깨어있는 자와 동료가 됨으로써 자신도 깨어날 가능성이 높다. 옆에 있는 동료가 지혜로우면 나 자신도 그들과 생각을 교류하고 같이 현명해질 수도 다. 하지만 어리석은 자는 평생을 스승과 살아도 소용이 없다고 한다. 결국, 부처님은 머리로 교류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으며 가슴으로 교류할 때 진정한 절대자를 만날 수 있고 머리만을 통해서는 훌륭한 스승도 놓치게 된다고 가르쳤.


나는 인간이 본래부터 지혜롭게 태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해보았다. 즉, 창조주께서 악(惡)을 만들지 않고, 또한 불교에서 말하는 인간의 네 가지 고통, 생로병사(生老病死) 중에서 병(病)만 없다면 삶의 질은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을 것이라고 상상해 본 것이다. 그만큼 이 세상을 지혜롭고 건강하게 살기란 어려운 현실을 탓하는 생각이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을 가슴으로 인정하지 못하면 부처님 말씀처럼 어리석은 자가 될 수 있기에 가슴으로 인정해야만 한다.


인간은 늘 무심(無心)의 경지에 도달하려고 최선을 다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주변의 모든 사람이 나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사고로 이웃들과 교류하며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들일 때, 번뇌와 갈등에서 벗어날 것으로 믿는다.


오늘은 주일이다. 모든 종교란 나약한 인간의 마음을 위로해 주고 용기와 희망을 주는 인간의 믿음이다. 항상 마음공부를 통해 죽은 자가 되지 말고 깨어 있는 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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