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도 더 된 영화 인제사 보고 리뷰하기.
<케빈에 대하여>
2012. 07. 26 개봉영화
We Need to Talk About Kevin.
모든 문제는 가정에서 시작된다는 말을 가감 없이 증명해 보이는 듯한 영화였다. 애초에 원치 않았던 임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첫째 아이를 가졌고 아들을 출산 하기에 이르기까지. 엄마만 원치 않았던 것이 원인이었을까. 아이가 커가면서 엄마와의 애착관계 형성이라거나 부모와의 유대감은커녕 원수지간보다도 못한 관계가 되어버리고 만다. 갈수록 도가 지나치는 엄마를 향한 아들 케빈의 알 수 없는 행동들과 말들. 이러한 모든 문제들은 안타깝게도 아빠가 없는 동안 일어나며 오직 케빈과 엄마 단 둘만이 알 뿐이다.
이 집에 늘 손님처럼 등장하는 아빠는 그런 갈등과 사건들을 적극적으로 알려고 하지 않는다. 러닝타임 내내 엄마와 대조되는 아빠의 얼굴. 아이와 아내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관심조차 없다. 그저 내 아이가 예뻐 보이기만 할 뿐.
(저 스틸컷 한 장이 모든 걸 함축하고 있음.)
뱃속에서부터 엄마의 관심과 사랑이 부족했던 케빈은 역시나 결핍을 가진 채 태어난 것이고 어리다고 못 느끼는 것이 아니었다. 영화 속 케빈이 활을 쏘며 놀듯 당신이 낳은 나 좀 사랑해 달라는, 삐딱하고 올바르지 못한 표현들이 엄마의 마음에 비수가 되어 활처럼 훅훅 꽂힌다.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케빈의 경악스러우리만큼 영악한 태도들은 보는 내내 몇 번이고 일시정지시켜 욕을 욕을 하게 만들었다. 케빈 저 새끼 저거 도대체 왜 저렇게까지 하나 싶다가도 어디까지나 이토록 괴물이 되어버린 자식에게 관심을 갖지 않은 부모 잘못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애가 뭔 잘못이냐 싶다가도 그래도 저건 아니지 싶다가도... 극장판 금쪽이를 1시간이 넘도록 보고 있자니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문제의식을 갖는 것도 오로지 관객의 몫이었다. 영화 속 케빈의 부모는 아들 케빈에 대해 대화하지 않는다. 이것조차 관객의 몫이다. 그저 케빈을 다그치고 말리고 경고만 줄 뿐이었다. 결과는 뻔하다. 변하는 건 없었고 더 큰 문제를 만들었다.
케빈이 한 짓이라며, 끝을 모르고 저지르는 아들의 지나친 행동들에 점점 겁을 먹는 듯 보이는 아내더러 정신과 상담 좀 받아보라며 되레 아내를 다그치는 남편이 제일 문제다. 무관심과 무지함으로 시종일관 가정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던 남편은 마침내 아내를 그저 산후우울증 또는 육아 스트레스쯤으로 치부해 버린다. 그리고 결국은 육아는 대부분 아내의 몫이라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나아지지 않는 고질적인 가정 문제를 제대로 꼬집고 있다.
이 영화의 원제는 We Need to Talk About Kevin. 우리는 케빈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왈가왈부 남일에 떠들기 좋아하는 본성을 지닌 인간에게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워할 만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
케빈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