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 한살 먹어가면서 달라진 변화 중 하나인 건지 원래 이랬던 건지, 나는 언제부턴가 위로에 인색해졌다. 아니 인색하다기보다 어쩌면 위로해 주는 방법을 잘 모르는 걸 수도 있다. 현실에 부대껴 살다 보니 내 마음 하나도 제대로 돌봐 줄 여유가 되질 않는데. 그래서인지 가끔은 위로라는 게 너무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만 같다.
원래 다 그렇게 살아.
너만 힘든 거 아니야.
위로의 순간이 필요한 누군가를 만났을 때 어떤 대답을 해주면 좋을지, 나는 과연 어떤 말로 위로를 하는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차라리 아무 위로도 못 될지언정 저런 상황만은 만들고 싶지 않다. 종종 직접 겪은 바로는 그랬다. 튕겨내는 뉘앙스의 대답이 마음에 썩 와닿지 않았던 걸 보면 저건 위로 근처도 못 갈 뿐 아니라 그 자리에서 대화를 단절시키기고 말았다.
언젠가 문득 위로를 잘 해주는 사람이 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서 듣고 나누었던 다양한 모습의 위로 섞인 대화들을 곱씹어보다 여러 생각들이 떠올랐고 그 생각의 종착지엔 어떤 한 드라마가 있었다.
‘위로’ 하면 생각나는 드라마가 하나 있다. 배우 이선균과 아이유 주연의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인데 많이 명작이라 많은 분들이 알겠지만 간략히 소개해보자면 평범한 직장인인 40대 중반의 남성 박동훈과 어릴 적부터 갖은 고생과 아픔을 안고 살아온 탓에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20대 초반의 여성 이지안이라는 이 두 인물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그 둘이 만나 겪는 갈등과 사건들로 인해 서로의 상황을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면서 그렇게 서서히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그런 드라마이다.
사실 드라마 분위기 자체는 굉장히 우울하고 마음 아픈 설정들만 잔뜩 나오는 무채색에 가까운 그런 드라마인데 각자 다르지만 비슷한 아픔을 안고 있는 극 중 두 인물들이 서로에게 건네는 작은 호의와 관심이 마음의 문을 열게 한다. 물론 드라마 속 잔잔한 음악과 연출의 힘도 있겠지만 결국 시청자들의 마음을 깊이 건드릴 수 있었던 것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서로에게 준 현실적인 위로 때문이라 생각한다. 긴 말이 아닌 작은 한마디와 작은 행동들.
안 그래도 살기 팍팍한 세상 위로가 필요한 누군가를 만났다면 '고생했네, 힘들었겠네' 한마디라도 건네줄 수 있는 넉넉한 사람이고 싶다. 조언이라며,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며 추접하게 긴 얘기 늘어놓는 사람 말고. 닳는 것도 아니고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짧은 위로 한마디가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쉬운 것 같지만 참 어렵다. 대단한 위로를 바라며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그저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고 그저 그냥 내 힘듦을 시원하게, 편한 너에게 얘기하고 싶을 뿐이다.
가끔은 위로 한마디에 왜 이렇게 궁색할까 싶을 때가 있다. 주기는 싫고 받고만 싶은 이기적인 나. 생각해 보면 내가 먼저 사랑하려는 마음도 없이 너무 퍽퍽만 하기 때문이더라. 그땐 몰랐다. 위로도 곧 사랑이라는 것을.
사람을 위로해 주는 건 어떤 대단하고도 거창한 행위가 아니다. 그냥 들어주고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가장 따뜻하게 와닿을 때가 있다. <나의 아저씨> 드라마 속 박동훈과 이지안이 그저 말없이 함께 밥만 먹는 것처럼. 그리고 그것은 분명 나에게 또 다른 위로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사람한테 받은 상처는 결국 사람으로 치유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