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룩백>을 보고.
질투가 나서.
너 때문에 미친 듯이 했고 너 때문에 포기했었지만
결국 네 덕에 다시 할 수 있었고 네 덕에 나는 성장했다.
아무리 미친 듯이 그려도 따라갈 수 없는 쿄모토의 그림을 보고 후지노는 그동안의 노력 따위 미련도 없다는 듯이 결국 툭. ‘그만둘래’ 하며 포기해 버린다. 쿄모토를 너무 따라잡고 싶어서. 뺏기기 싫어서. 너무 질투가 나서. 계절이 넘어가는지도 모르는 채 머리 처박고 그림에만 몰두했던 그 공간을. 하루아침에 깨끗이 정리해 버린다.
쿄모토의 그림을 본 후지노의 표정과 방에 틀어박혀 미친 듯이 그림만 그려대는 후지노의 모습들에 눈물이 났다. 상실감, 허탈함, 초조함, 질투, 부러움, 두려움들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나는 후지노만큼 해본 적도 없는데. 왜였을까.
아무리 그려봐도 나는 흉내도 못 내던 쿄모토의 그림이. 그간 했던 후지노의 노력에 몇 배 아니 몇만 배의 결실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때 후지노는 포기하길 잘했다는 안도감이 들었을까? 아니면 노력에 대한 질투심까지 더해졌을까? 그런 실력을 갖고도 쿄모토는 후지노의 그림을 진심으로 좋아해 주고 존경의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후지노는 놓았던 다시 펜을 잡는다.
나는 너를 질투해서 포기했었지만 너는 나를 성장시켰다. 내 마음이 성숙하지 못해서 너의 그림을 따라갈 수 없었다.
영화 <룩백> 초반 시퀀스에서부터 나는 많은 감정들이 왔다 갔다 했다. 반에서 그림을 제일 잘 그렸던 후지노는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그림으로는 아무도 나를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했다. 쿄모토의 그림을 보기 전까지는.
후지노만큼 미쳐본 적도 없으면서 왜 나는 후지노한테 그렇게 까지 안 해도 된다고 그만하라고. 감히 말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을까. 꼴값이다.
내 그림은 쿄모토와 가깝지만 내가 늘 원하는 건 후지노의 그림이었다. 나한테는 없는 재능을 가진 다른 누군가를 보며 가졌던 부러움. 쿄모토의 그림을 보고 후지노가 느꼈을 상실감. 네 그림과 내 그림을 비교하고 있는 내 옹졸한 마음. 너 말고 내가 주인공이고 싶은 이기적인 욕심. 내가 더 잘해서 너에게 안겨주고 싶은 열등감.
누군가를 질투하는 마음이 생겨버린 이상 내가 뭔 짓을 해도 난 그 사람 앞에서는 늘 패배자다. 무슨 발버둥을 쳐도 안 되는 게 있다. 실력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내 마음이 유치해서 성숙하지 못해서. 그래서 나는 너를 따라갈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