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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아빠, 대딩 아들과 유럽행 배낭을 메다(5)

다섯 번째, 4일 차(2025. 1.12)

by 메모한줄

로마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9시 판테온 방문. 지하철로 이동 중 아들과 함께 사진도 한 장 찍어 본다.

알쓸신잡 유튜브를 현장에서 보며 유현준 건축학교수의 판테온에 관한 설명을 들으니 건물이 새롭게 보였다. (돔의 구조적 특성상 가장 힘을 많이 받는 부분이 돔의 중심부인데 판테온은 돔의 중심을 비운 독특한 구조. 미켈란젤로가 천사의 작품이라고 칭찬했다 함 등)

윤교수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새삼 도덕경의 弱之勝强 柔之勝剛 구절이 생각난다 (弱하고 柔함의 지극함이 虚가 아닌가 싶다)


건축기법상의 탁월함과는 사뭇 대조적으로 기원전 고대 로마의 다양한 신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지어진 신전이 로마 가톨릭의 시대에 성당으로 전환되는 수모의 역사를 겪게 된다. (15세기 성베드로대성당 축조 시에는 기존 설치된 청동판이 철거되어 베드로 성당의 자재로 쓰였다 한다)

가톨릭의 전과 후. 다신교에서 유일신 신앙으로 전환이 로마라는 동일 공간에서 만들어 낸 역사적 헤게모니 변화의 징표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좀 서글프기도 했지만 어쩌랴 그것이 인류 역사인 것을~~

한편 진행자 유희열이 판테온 주변에 젤라토가 유명하다고 하여 구글검색엔진을 돌렸다. 지올리띠젤라토(Via degli Uffici del Vicario, 40, 00186 Roma RM, 이탈리아, 구글 평점 4.4)에서 정말 맛있는 젤라토를 먹었다. (영상 10도이지만 롱패딩을 입는 현지인들에게는 어색해 보이는 듯..)


11시가 되니 식당 주변, 지금은 로마의 하원 의사당으로 사용되고 있는. 몬테치토리오궁전 앞 광장에서 군악대로 보이는 현직 관현악단의 연주를 우연히 보고 듣게 되었다. (오늘이 주님세례축일이라서 축하연주인 듯하고 아마도 로마시의 정관계 VIP로 보이는 분들까지 참석하여 분위기가 자뭇 엄숙하지만 주변의 관광객들과 함께 자연스러운 거리 공연이다. 이탈리아 작가 풋치니의 라보엠, 로시니의 윌리엄텔서곡 그리고 유럽연합 공식 찬가인 배토벤 환희의 송가까지..(클래식을 좋아하는 큰 애가 알려준 내용이다). 여행에서 만난 뜻밖의 즐거움이다.

점심을 먹기 전 인근 너보나 광장에 산책 겸 시간 보내려 갔다. 분수대가 3개 있었고 성당이 있었다. 이 작은 성당에도 돔이 있고 천정벽화가 있고 수많은 조각상들의 부조가 내부를 장식하고 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 분수대중 중앙의 것은 르네상스 후가 로마 최대 예술가 베르니니의 작품이라니.. ㅜㅜ)

점심은 또 로마 현지식.. Saltimbocca ristorante(Via di Tor Millina, 5, 00186 Roma RM, 이탈리아, 구글 평점 4.6)에서 요끼. 코다 알라 바치나라(토마토소꼬리찜)를 먹었다. 레스토랑 분위기, 맛, 서비스 모든 면에서 완벽했다. 혹 다시 로마를 찾는다면 꼭 방문하고 싶을 정도이고 서울 이탈리아 전문 식당에 애엄마와 함께 가서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이다. 한국에서도 같은 맛일까?

오후 1시 보르게세 미술관을 방문.


보르게세 추기경의 개인 사저인데 베르니니, 까르바죠 등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방문한 성당이나 광장에 보르게세가 후원한 예술가 베르니니의 작품이 많았다는 것도 보르게세미술관을 방문한 후 알게 되었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


3시 50분 빈으로 출발을 위해 로마 Tiburtina(티브루티나) 역에 도착하여 KFC에서 이른 저녁을 먹는다.

2층 플랫폼으로 가보니 역 구조가 공항처럼 멋지다..

이 역은 로마 내를 운행하는 기차와 유럽각국으로 가는 기차가 모두 정차하는 역이고 일요일 오후라 부산하다. 영상 10도의 기온도 현지인들에게는 춥게 느껴지는지 플랫폼에 대기한 사람은 적고 KFC 매장 안은 스탠딩으로 음식을 먹을 만큼 붐빈다 운 좋게 구석자리에 앉았다.

비엔나행 야간열차 캡슐 침대에서 4일간의 나의 경험으로 로마여행을 되돌아본다.

1. 대내적으로 왕권과 신권의 흥망 성과가 상호 대립과 타협 속에서 그 시기에 상응하는 문화적 창작물을 만들어 냄.(콜로세움과 대성당들)

2. 대외적으로 로마제국의 정복은 피정복지에 대한 문화적 파괴와 그리스도교리에 부합하는 재창조의 과정을 이룸(펜타온신전)

3. 흡연과 무단횡단이 일상적이며 버스를 타도 티켓 확인을 거의 하지 않는 나라.

4. 일상에서 마주친 사람들은 럭셔리하지도 않고 피지컬이 뛰어나 보이지도 않는(남녀 공통) 그저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

5.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이며 갤러리이고 레스토랑인 나라.

6. 로마인이야기와 서양미술사를 다시 읽게 만들고 고대 로마의 모습이 너무 아쉬워 그리스를 여행하고 싶게 만드는 나라.


시차 적응과 피곤함을 잊게 한 나라..


Ciao... Grazie. (자오,,, 그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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