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을 건너는 법

다시 돌이켜보면

by 잼민아씨

한때는 너를 지독하게 미워했다. 나는 잘못이 없다고만 되뇌이며 너에게만 마음속으로 수백 번 책임을 되물었다. 일기장에 너에 대한 미움을 하루종일 쏟아내도 모자란 날들이 있었다. 그때의 내게는 나를 지키는 것이 가장 절실한 정의였다.

그래서 단절을 택했다. 더 이상 설명하지도, 설득하지도, 애쓰지도 않기로 했다. 얼굴을 보지 않게 되자 감정의 소음은 생각보다 빨리 잦아들었다. 갈등이 멈춘 그 자리에 잠시 평온이 머물렀고, 나는 그것이 최선의 정답이라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풍경이 멀어지고 나서야 나는 그 시절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너에게도 너만의 사정이 있었을 것이고, 너 역시 네 방식대로 최선을 다해 서툴렀을지 모른다. 어쩌면 너도 나만큼이나 나를 이해하지 못해 답답해하며 자존심을 지키느라 물러서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관계는 결코 한 사람의 일방적인 잘못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어긋남은 대개 서로의 언어가 맞지 않을 때 발생한다. 그 시절의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나름의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다만 이것만은 분명히 해두고 싶다. 그 끝이 오로지 나의 예민함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것, 내가 더 이해하지 못해서만은 아니었다는 것. 나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 물러났고, 그 선택에는 나의 몫이 있다. 하지만 관계가 멀어진 책임이 전부 나에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는 틀린 사람이 아니라 그저 맞지 않는 사람이 되었을 뿐이다. 누군가를 미워했던 그 지독한 시간조차 사실은 그 관계를 놓지 않으려 했던 마지막 몸부림이었음을 이제는 안다.

미움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옅은 담담함만 남았다. 이제 나는 누구의 탓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그 시절을 건너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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