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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Jul 20. 2022

단순하게 살기

호주 편

농장에서의 삶은 이랬다. 

새벽 다섯 시에 

라즈베리팜으로 

자차로 이동한다 


다섯 시에 가면 

외국인 노동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만 한국인이었고 

우리와 같이 워킹으로 온

유럽 친구들 


2년째 라즈베리를 따고 있는

대만 여자 친구 1명 


다른 사람들은 

이 농장에서 계속 일하고 있는

동북아시아 사람들이었다. 


우리가 해야 될 일은

단순하다. 


벨트에 바스켓을 

두 개를 달고 

라즈베리를 따면서


하나는 A급

하나는 B급으로 

구분한다.


그렇게 딴 라즈베리는 

조그마한 플라스틱 박스에 

패킹을 해서 종이박스에 

차곡차곡 담는다.


그날 딴 베리는 

플라스틱 박스 하나당 

1.5달러인가를 받는다. 


내가 하는 만큼

버는 구조라 많이 따면

그만큼 돈을 많이 

벌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하든 시작은 

늘 그렇듯 찰리와 나는 

탑픽 커를 목표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그랬다.

새벽에는 조금 선선하기 

때문에 일할 의욕이 

넘쳐흐른다. 


엄청 큰 농장에 

각 로마다 사람이

한 명씩 들어간다. 


그리고 미친 듯이 

따기 시작한다. 


아무런 요령도 없고 

파이팅만 넘치는 

우리는 시작은 항상 

일등이지만 


집에 갈 때는 

숙련된 다른 

사람들에 비해 

한참 못 미치는 

양으로 끝나고는 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는 라즈베리에 

지쳐가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지금은 베리가 시즌이

아니라 상태가 

좋지 않았다. 


우리를 뽑은 이유는 

시즌이 거의 끝나가는 무렵이라

대부분에 사람들이 다음 시즌인

농작물을 찾아 떠나버렸기 때문에


다음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지금 달려있는 베리들을

모두 따야 한다. 


그렇기에 단기적으로 

사람을 뽑은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좋다고 

넘어왔다.


보통 눈치가 빠르고 일머리가 좋은 

한국인, 대만인 같은 아시아인들의 

경우 농장만 다니는 친구들의 경우

그런 정보를 잘 듣고 찾아다닌다. 


하지만,


그런 거와 상관없는 

우리 유러피안들은 남들이 

다 지나가면 

들어온다. 


우린 아시아인이 아니고 유러피안인가 보다. 


아무튼 매일 새벽에 나가 

땡볕에 베리를 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닌 데다 

돈도 안 벌리니 이 도저도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 


찰리의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재밌는 사람이다. 

부산사람인데 약간의 허세가 

있지만 의리 하나는 넘치는 

사람이다. 


한 가지 실례를 들자면

골코에 있을 때 

복싱 체육관을 다녔었는데


우리 숙소에 있던 

칠레 친구들한테

일주일 동안 

자기랑 스파링

한 번 하자고 

매일 같이 이야기했다. 


"Let's go to gym, Do boxing 

  I will kill you. Are you ready to die? come with me"


이러면서 말이다. 


처음엔 칠레 친구들이 

별로 반응이 없었지만 

매일같이 그러니 

결국엔 스파링을 하러 갔다. 


찰리는 나에게 일하지 않으면

같이 가자고 했으나 


나는 오후에 레스토랑에 출근

했어야 됐었기 때문에 가지는 못했다. 


집 밖을 나가는 순간까지 

아시아의 힘을 보여 주겠다면서 

복싱은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나는 일을 하러 갔고 

경기를 보진 못했지만 

결과를 알 것만 같았다. 


집에 돌아오니 

찰리는 거실에 있는 

소파에 누워 멍들어있는

눈에 얼음을 대고 있었다. 


할 말을 잃었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니 

경기는 내가 거의 다 지배했는데

덩치 큰 친구도 아니고 

본인보다 작은 칠레 친구한테

카운터를 맞았다고 했다. 


설레발만 치지 않았더라도 

칠레 애들한테 가서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 놓냐고 

 

이야기하려 했지만 

벌려 논게 많기 때문에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농장의 

숙소에도 한국인 커플이 

있었다. 


찰리의 복싱 사랑은 

여기서도 이어졌다.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복싱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골코 있을 때 체육관에서 

복싱을 좀 했다고 하면서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남자분은 고등학교 때까지 

복싱을 했던 아마추어 

선수였었다


복싱은 했지만 체력은 없었던

찰리는 새벽까지 숙소에서 만난

한국형이랑 나랑 셋이서 

섰다를 치면서 놀았지만 


출근을 해야 되는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아프지 않았던 여러 부위

들이 아프기 시작했다. 


거진 이주 후부터는 

나 혼자 농장에 출근 

하게 되었다. 


그렇게 한 달 정도를 

농장에서 일을 하였는데 


농장에서 갑자기 

내일부터는 안 나와도 

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는 즉슨 무엇이냐 하면 

라즈베리를 이제 거의 다 따서 

더 이상 수확할 베리가 없으므로

오래 일하지 않은 너희들은 

그만두라는 이야기였다. 

 

너희들의 원한다면 

태즈메이니아에 있는 자기들 농장에

연결을 시켜준다고 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지 

태즈메이니아는 바로 옆동네가 아니다 

서울에서 수원 가는 그런 곳이 

아니란 말이다. 


태즈메이니아는 섬이다. 

배를 타고 넘어가야 된다.


참으로 황당한 이야기였다. 

그럼 뽑지를 말던가  


원래 일하던 사람들을 제외한 

워킹으로 온 유럽 친구들과 

형이랑 나 한국사람 두 명이 

한 순간에 모두 잘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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