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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Jul 28. 2022

단순하게 살기

호주 편

한 순간에 실업자가 된 

찰리와 나는 숙소에서 

앉아서 한국의 준결승전 

축구경기를 보고 있었다. 


경기는 한국의 승리로 끝났고 

다음 주에 시드니에서 한국 대

호주 결승전이 예정되어 있었다. 


할 일 이없었던 우리는 

이렇게 된 거 축구나 

보러 가기로 했다. 


그런 와중에, 


저번에 농장에서 만난 

형이 이야기해 줬던 곳이 

생각 이났다. 


농장에서 만난 

한국 형이었는데 


글래드스톤이라는 지역에 

마이닝 하우스 청소일 이 있는데

너희가 잘만한다면 

주에 천불 이상을 벌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었다. 


광산에 일을 하러 온 

광부들 숙소를 청소하는 

일이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광부들은 아니었고 

연봉 몇 억씩 하는 전 세계에서 온 

마이닝 기술자 들이었다. 


처음엔 별생각 없이 들었는데 

일도 잘린 마당에 밑져야 본전이지 

하고 이력서를 넣었다. 


현재는 사람을 뽑지는 

않았지만 공고를 올려놨

었던 곳에 연락처가 있어서

그쪽으로 이력서를 한번 보내봤다. 


그리고 우리는 

시드니로 축구를 보러 떠났다. 


시작을 골코에서 했던 

우리는 시드니를 한 번도 

온 적이 없었다. 


2박 3일 동안 

시드니 여행을 하면서 

축구를 보고 

돌아가기로 했다. 


시드니에서 도착한 날 

이력서를 넣었던 

글래드스톤에서 

일을 할 수 있냐는

연락이 왔다.


사실 우리가 

힘든 일을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실업자 상태였기 

때문에 최대한 

텀을 줄이고자 

별생각 없이 

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는

시드니에 있으니 

다음 주까지 

글래드스톤으로

가겠다고 했다. 


이렇게 또, 


우리는 하우스키퍼라는

세 번째 직업을 갖게 되었다. 


일은 일이고 

시드니까지 왔으니 


2박 3일 동안 

즐기고 가기로 했다. 


언제 또 올지 

모르기 때문에 


오페라하우스도 가보고 

하버브리지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고 

축구경기를 보았다. 


경기는 어매이징 했다. 

경기장에 80%는 노란색 티셔츠를

입은 호주 사람들이었고 

20%만 붉은색 옷을 입은 

대한민국 전사들이었다. 


우리는 아직까지 당한 적이 없지만 

다인종 국가인 호주는 아시아인 

인종차별이 심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만약에 우리가 이긴다면 

길가다가 맞을 수도 있기 

때문에 노란색을 피해 다니면서 

우리 자리로 이동했다.


우리의 자리는 

골대 바로 뒤에 위치해 

있었고 맨 앞자리였다. 


준결승 경기를 보면서 

결승전 티켓을 구매했기 

때문에 정말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경기는 사실 좀 지지부진했다. 


공방전을 가져가는 

상황이었고 1:0으로 우리는

호주에게 끌려가고 있었다. 


조마조마하면서 보고 있는

경기는 정규시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85분 정도 되자 

경기장에 있던 호주 사람들이 

일어나서 호주 국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짜증 났다.


우리는 졌다고 생각하고 

사람들이 붐비기 전에 

미리 나가려고 하는 순간


우리의 sonny가 

정규시간 90분이 지난 

시점에 극적인 동점골을 

넣었다. 


20% 한국인이 80% 호주인을

물리치는 일이 벌어졌다. 


미친 듯이 국가를 부르던 

호주 사람들은 자리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골대 뒤에 있던 20%

한국인들은 꽹과리와 함께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골은 넣은 

손흥민이 우리 앞으로 와서 

세리머니를 했다. 


태어나서 

가장 특별했던 경험을 

한 가지만 말해달라고

한다면 단연코 이 날의 

경기를 항상 이야기한다.


2002년이 다시 돌아온 줄 알았다. 


하지만 

경기는 연장전으로 

들어가면서 추가골을 

내주게 되었고 

2:1 스코어로 

경기가 마무리되었다.  


어쩌면, 


농장에서 잘렸기 때문에

인생에서 잊지 못할 

경험을 갖게 된 것

일 지도 모른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나쁜 일도 예상치 못하게 

왔지만 좋은 일 도 예상치 

못하게 다가왔다. 


예상치 못한이라는 

단어는 부정적 이든 긍정적이듯

꽤나 특별한 경험을

우리들에게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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