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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말의 전쟁 10화

말의 전쟁

제2부 실리 외교의 전쟁터 – 무역, 돈, 기술

by 한시을

9화 자립 vs 개방: 글로벌 시대의 영원한 딜레마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한국 정부가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4년 '공급망 리질리언스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 소재·부품·장비에서 특정국 의존도를 70%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고, 대중 무역의존도는 23.4%에 달한다. 효율성과 안보성, 개방과 자립 사이에서 한국은 어려운 선택에 직면해 있다.


효율성과 안보성의 충돌


경제학의 기본 원리와 현실 정치가 충돌하고 있다.


비교우위론에 따르면 각국이 자신의 강점 분야에 특화하고 자유무역을 하는 것이 모든 나라에게 이익이다. 한국이 반도체와 조선에, 중국이 제조업에, 일본이 소재·부품에 특화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가장 효율적이다.


실제로 한국의 대외무역의존도는 2023년 GDP 대비 81.7%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무역을 통한 경제성장 기여도가 연평균 2.1% 포인트에 달한다. 개방 경제의 수혜국인 셈이다.


하지만 지정학적 현실은 다르다. 2019년 일본의 소재 수출규제, 2021년 중국의 한국 기업 타겟 제재 등을 겪으면서 '경제 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압박과 대응의 악순환에서 경제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런 딜레마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역사상 모든 나라가 자립과 개방 사이에서 고민해 왔다.


자립을 선택한 진나라의 성공과 한계


춘추전국시대 진나라는 자급자족을 국가 전략으로 삼았다.


진나라는 지리적으로 고립된 서쪽 변방에 위치해 있었다. 중원 각국과의 교류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립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상군서》에 따르면 상앙이 진행한 개혁의 핵심은 **"내정의 충실"**이었다. 농업 생산력 향상, 군사력 강화, 법치 시스템 구축 등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려 했다.


진나라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무역에 의존하지 않았다. 《사기》는 "진나라는 관중의 상업정책을 따르지 않고 오직 농업과 전쟁에만 힘썼다"라고 기록했다. 상업을 통한 이익보다는 자급자족을 통한 안정성을 택한 것이다.


[당시의 목소리] "진나라는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강해졌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 《한비자》


결과적으로 진나라는 성공했다. 기원전 221년 중국을 통일하며 최종 승리자가 되었다. 자립 정책의 대표적 성공 사례였다.


하지만 진나라의 성공에는 특수한 조건이 있었다.


진나라 자립 모델의 특수성


진나라가 자립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풍부한 자원 광대한 영토 때문이었다.


진나라는 철광석, 소금, 목재 등 기본적인 자원을 모두 자체 조달할 수 있었다. 《한서》에 따르면 진나라 영토에는 "산에는 구리와 철이 있고, 평야에는 소금이 있으며, 강에는 목재가 풍부했다"라고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대체재 개발 능력이었다.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할 수 없는 상품들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진나라만의 독특한 무기 체계, 농업 기술, 행정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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