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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말의 전쟁 11화

말의 전쟁

제3부 전쟁 없는 전쟁 – 말로 싸우는 시대

by 한시을

10화 정보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외교는 정보전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새로운 형태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물리적 전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정보전이다. 우크라이나는 SNS를 통해 전 세계 여론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고, 러시아는 가짜뉴스와 사이버 공격으로 맞섰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2024년 국가정보원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고 발표됐다. 21세기 외교는 군사력이 아닌 정보력으로 승부가 결정 나는 시대가 되었다.


총성 없는 전쟁의 시대


현대 외교의 가장 큰 변화는 정보의 중요성이 급격히 커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외교관들이 비밀 회담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국민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생산하고 소비한다. 트위터, 페이스북, 틱톡을 통해 개인이 만든 콘텐츠가 국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다.


미국 국무부는 2022년 '글로벌 인게이지먼트 센터'를 설립했다. 가짜뉴스와 허위정보에 대응하기 위한 전담 조직이다. 중국도 '대외선전부'를 통해 체계적인 정보 공작을 펼치고 있다. 국가 간 경쟁이 메시지 전달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도 이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외교부는 2023년 '디지털 공공외교 전략'을 발표했다. SNS를 통한 한국 홍보와 가짜뉴스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정보를 무기로 사용하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역사상 가장 치열한 정보전이 벌어진 시대가 있었다.


2,500년 전 최초의 정보전쟁


춘추전국시대는 정보전의 원조였다.


당시에는 상비군 규모가 제한적이었고, 직접적인 무력충돌보다는 외교적 해결이 우선시됐다. 그 과정에서 정확한 정보를 먼저 확보하는 나라가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


《손자병법》에는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面百戰不殆)"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상대를 알고 자신을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이는 단순히 군사적 조언이 아니라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춘추전국시대 각국은 체계적인 정보 수집 체계를 구축했다. 《전국책》에는 각국의 간첩 활동과 정보 공작에 대한 기록이 상세히 남아있다.


가장 유명한 사례가 범려와 서시 이야기다.


월나라의 전략적 정보 공작


기원전 5세기, 월나라는 오나라에게 참패한 후 복수를 다짐했다. 하지만 군사력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월왕 구천과 재상 범려는 다른 방법을 택했다. 정보 공작이었다.


《오월춘추》에 따르면 범려는 20년에 걸친 장기 계획을 세웠다. 오나라 내부 정보를 수집하고, 오나라 지배층을 분열시키며, 오왕 부차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가장 유명한 작전이 서시를 이용한 것이다. 범려는 절세미인 서시를 오나라에 보내 부차의 마음을 사로잡게 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미인계가 아니었다. 체계적인 정보 수집 네트워크의 일부였다.


서시를 통해 오나라 궁정의 내부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했다. 부차의 성격과 취향, 신하들 간의 갈등, 군사 동향까지 모든 것을 모니터링했다. 《사기》는 "월나라가 오나라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고 있었다"라고 기록했다.


[당시의 목소리] "정보는 천 명의 군사보다 강하다. 적의 마음을 먼저 얻는 자가 전쟁의 승자가 된다." - 《범려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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