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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민족 DNA:도전과 응전

프롤로그

by 한시을

홍익인간: 단군신화의 건국이념으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뜻. 개인보다 공동체, 자민족보다 인류 전체의 행복을 추구하는 철학. 이 책에서는 홍익인간을 '밈 수용의 개방성'으로도 해석하며, 외래 사상을 선택적으로 수용하되 민족 정체성은 지키는 전략으로 봄

프롤로그: 왜 K-문화는 세계를 사로잡는가?


▌"나는 우리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 김구, 「나의 소원」(1947)


올해 6월, 전 세계 넷플릭스를 뒤흔든 애니메이션이 하나 있었습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줄여서 '케데헌'이라 불리는 이 작품은 공개 나흘 만에 41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고, 지금까지도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이 시청된 애니메이션 영화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K-팝 걸그룹이 비밀리에 악마 사냥꾼으로 활동한다는 설정의 이 애니메이션에, 전 세계인들이 열광했습니다. 트와이스가 부른 주제곡은 빌보드 핫100에 7곡이나 동시 진입하는 기록을 세웠고, 해외 언론들은 "겨울왕국을 능가할 수도 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왜 하필 지금일까요?


2021년 BTS가 유엔에서 던진 질문


2021년 9월, 뉴욕 유엔 본부에서 방탄소년단이 한국어로 연설했을 때도 같은 질문이 나왔습니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 출신 가수들이 어떻게 전 세계 193개국 대표들 앞에 설 수 있었을까?


그해「오징어게임」이 94개국에서 1위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역사를 새로 썼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 전통놀이와 사회 문제를 다룬 드라마를, 전 세계인이 밤새워 봤습니다. 아무도 보라고 강요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K-뷰티, K-푸드, K-드라마... 모든 K-문화가 공통으로 가진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강제성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중국이 한자를 퍼뜨릴 때는 정치적 영향력이 따라왔고, 일본이 아시아에 문화를 전파할 때는 군사력이 뒤따랐습니다. 미국이 할리우드로 세계를 사로잡을 때는 압도적 경제력이 바탕이 되었죠.


그런데 K-문화는 순수하게 문화 자체의 힘만으로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이런 현상은 인류 역사상 전례가 없습니다.


1,600년 전 고구려 비문에 숨겨진 비밀


그런데 놀랍게도, 이 현상을 1,600년 전에 이미 예견할 수 있었습니다.


충주에 있는 고구려비, 거기에 새겨진 여덟 글자를 보세요.


"世世爲願如兄如弟(세세위원여형여제)"

*세대를 이어 형처럼 아우처럼 지내기를 바란다*


이 비문의 주인공은 광개토대왕입니다. 중국 동북부와 한반도를 통일한 정복군주. 그런데 정복이 끝난 후 그가 한 일이 더 놀랍습니다. 정복민인 한족과 예족 220여 가문을 자신의 무덤을 지키는 수호자로 임명했거든요.


정복자가 피정복민을 무덤지기로 신뢰한다고요?


이것이 바로 우리 민족만이 가진 특별한 DNA입니다. 힘으로 이겼지만 상대를 적으로 보지 않고 동반자로 만드는, 그런 마음 말이죠.


▌[당시의 목소리] "조선은 예로부터 문물이 성하여 동방의 예의지국이라 일컫거늘, 어찌 남을 침노하여 영토를 넓히려 하겠는가." - 「세종실록」 4년(1422) 윤 1월


한중일, 세 민족이 걸어온 서로 다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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