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민족 DNA의 탄생과 분화
▌"몸은 나라의 신하이지만 마음은 부처님의 제자다" - 원광법사, 화랑 관창과 반굴에게 내린 세속오계 중
기원후 1세기경, 인도에서 시작된 부처의 가르침이 비단길을 따라 동아시아로 전해졌습니다. 같은 경전, 같은 교리, 같은 부처의 말씀이었죠.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한국에서는 화랑도가 탄생했고, 일본에서는 호국불교가 나타났으며, 중국에서는 선종이 만들어졌어요. 같은 불교인데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발전한 겁니다.
왜 그랬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불교가 각국의 민족성을 바꾼 게 아니라, 각국의 민족성이 불교를 자기 식으로 바꾼 것입니다.
6세기 신라, 원광법사라는 승려가 있었습니다. 그에게 두 젊은 화랑이 찾아와 이렇게 물었어요.
"스님, 저희는 몸은 속세에 있지만 마음으로는 부처님을 믿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원광법사의 답이 놀라웠습니다. 일반적인 불교 교리인 '오계(五戒)' 대신 '세속오계(世俗五戒)'를 내려준 거예요.
세속오계:
임금을 충성으로 섬길 것 (事君以忠)
어버이를 효도로 섬길 것 (事親以孝)
벗을 신의로 대할 것 (交友以信)
싸움에서 물러서지 말 것 (臨戰無退)
살생을 가려서 할 것 (殺生有擇)
여기서 5번째가 핵심입니다. "살생유택(殺生有擇)". 일반 불교에서는 살생을 절대 금지하는데, 원광법사는 "가려서 죽이라"라고 했어요. 즉, 나쁜 놈들은 죽여도 된다는 뜻입니다.
이게 바로 홍익인간 DNA입니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는 때로 악한 자들과 싸워야 한다는 거죠. 무조건 비폭력이 아니라, 정의로운 폭력은 인정한다는 혁명적 해석입니다.
▌[당시의 목소리] "身雖處俗 心不忘道" (몸은 비록 속세에 있으나 마음은 도를 잊지 않는다) - 「삼국사기」 열전 원광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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