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탄생: 통과 무사유가 만든 결과

제1부 AJIM 모델의 탄생

by 한시을

6장. 2×2 매트릭스: BN–BT–GN–GT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8분. 세월호가 급선회했다. 진도 앞바다. 배가 기울기 시작했다. 9시 23분, 선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승객 여러분들께서는 현재 위치에서 대기하시기 바랍니다." 이 방송은 10시 14분까지 반복됐다. 선장 이준석과 선원들은 9시 46분 해경 경비정에 구조됐다. 승객 476명 중 304명이 사망했다. 이 사건은 AJIM 모델의 네 가지 유형을 모두 보여준다. 같은 배 안에서 네 가지 인간형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BN 유형: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

이준석 선장. 68세. 40년 경력의 베테랑 선장. 사고 당시 그는 선교에 없었다. 3등 항해사 박한결(25세, 여성)이 조타하고 있었다. 박한결은 세월호 근무 6개월 차였다. 급선회 지점을 처음 항해했다. 이준석은 선장실에서 쉬고 있었다.¹

배가 기울자 이준석은 선교로 올라왔다. 하지만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대신 "대기하라"는 방송을 반복하게 했다. 9시 38분, 해경이 도착했다. 이준석은 9시 46분, 선원들과 함께 해경 경비정으로 탈출했다. 승객들보다 먼저. 구조된 해경 대원은 몰랐다. 그가 선장인 줄. 이준석은 승객으로 위장했다. 구조 현장에서 담요를 뒤집어쓰고 있었다.²

재판정에서 이준석은 말했다. "제가 직접 방송하면 승객들이 혼란스러워할까 봐 승무원에게 시켰습니다." "저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살 수 있었습니다." 검사가 물었다. "왜 승객들에게 퇴선 명령을 하지 않았습니까?" 이준석이 답했다. "조류가 빨라서 바다에 뛰어들면 위험하다고 생각했습니다."³

이것이 BN 유형의 전형이다. 나쁜 통(청해진해운의 안전 무시 문화) × 무사유(절차적 언어, 책임 회피). 이준석의 언어를 보라. "제가 직접 방송하면", "저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조류가 빨라서". 모두 합리화다. 피해자는 없다. 304명의 죽음에 대한 성찰이 없다. 단지 "나는 절차를 따랐다"는 주장만 있다.

이준석만이 아니다. 선원 15명 중 13명이 승객보다 먼저 탈출했다. 1등 항해사 신정훈, 2등 항해사 김영호, 3등 항해사 박한결, 기관장 박기호. 모두 탈출했다. 그들의 진술도 비슷했다. "선장의 명령이 없었습니다." "제 직무가 아니었습니다."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절차적 언어. 책임 회피. 무사유.⁴

청해진해운이라는 나쁜 통은 이들을 BN으로 만들었다. 과적과 불법 개조를 묵인하는 회사. 안전 교육을 형식적으로 하는 조직. 비정규직 선원을 대량 고용하는 시스템. 이 통 속에서 선원들은 사유를 멈췄다. "내 일만 하면 된다." "문제가 생기면 상급자가 판단할 것이다." "나는 명령만 따르면 된다."


BT 유형: 박지영 승무원

박지영. 22세. 2012년 청해진해운 입사. 비정규직 승무원. 선내 방송 담당.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8분, 그녀는 3층 로비 안내데스크에 있었다. 배가 기울기 시작했다. 그녀는 무전기를 들었다. 선교와 연락을 시도했다. 하지만 "지지직" 소리만 났다. 답이 없었다.⁵

생존자 강병기 씨의 증언. "안내데스크에서 박지영 씨가 무전기로 계속 연락했는데 지지직 소리만 나고 답이 없었다." 생존자 전영문 씨의 증언. "박지영 씨가 '아저씨 여기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요, 뛰어내리세요, 밖에 구조대 있어요'라고 했다."⁶

배가 더 기울었다. 학생들이 3층 로비로 몰려왔다. 구명조끼가 부족했다. 박지영은 자신의 구명조끼를 벗었다.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단원고 김 모 양의 증언. "언니(박지영)가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전해주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봤다. 언니는 안 입느냐고 물어보니 '선원들은 맨 마지막이다. 너희 다 구해주고 난 나중에 나갈게'라고 했다."⁷

박지영은 수영을 할 줄 몰랐다. 생존자 한 씨의 증언. "수영을 못하는 줄 알았으면, 그때 구명조끼를 챙겨줬을 텐데..." 박지영은 학생들을 계속 탈출시켰다. "빨리 나가세요!" "뛰어내리세요!" 그녀와 함께 있었던 10명의 학생은 모두 생존했다. 박지영은 돌아오지 못했다. 그녀의 시신은 4월 17일 발견됐다. 세월호 첫 번째 사망자였다.⁸

박지영은 BT 유형이다. 나쁜 통(청해진해운) × 사유(승객을 인간으로 봄). 같은 회사, 같은 배, 같은 상황. 하지만 선장 이준석은 도망갔고, 박지영은 남았다. 차이는 무엇인가? 사유다. 박지영은 생각했다. "학생들을 그냥 둘 수 없다." "내가 도와야 한다." "선원은 마지막이다." 이것이 사유다. 이것이 BT를 만든다.

박지영만이 아니었다. 세월호 승무원 중 일부는 끝까지 승객을 도왔다. 양대홍 사무장(48세). 그는 선원들을 지휘하며 구조를 도왔다. 그의 시신도 선내에서 발견됐다. 정현선 객실 승무원. 그녀도 승객을 대피시키다 희생됐다. 이들은 모두 BT 유형이다.⁹


BN vs BT: 같은 통, 다른 선택

세월호는 완벽한 실험이었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 같은 조건. 하지만 다른 결과. 이준석(BN)은 도망갔다. 박지영(BT)은 남았다. 왜?

성향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이준석이 "나쁜 사람"이고 박지영이 "선한 사람"이었는가? 아니다. 이준석은 40년 경력의 선장이었다. 박지영은 2년차 비정규직이었다. 오히려 경력으로 보면 이준석이 더 책임감 있어야 했다.

상황론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 두 사람은 같은 나쁜 통(청해진해운) 속에 있었다. 같은 배에 탔다. 같은 위기를 맞았다. 상황론이라면 둘 다 도망가거나, 둘 다 남았어야 한다.

AJIM만이 설명한다. 차이는 사유다. 이준석은 사유하지 않았다. "조류가 빠르다." "내 직무가 아니다." "할 수 있는 게 없다." 무사유의 언어. 박지영은 사유했다. "학생들이 위험하다." "내가 도와야 한다." "선원은 마지막이다." 사유의 언어.


GN 유형: 일상적 무사유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었다. TV는 생중계했다. 전국이 지켜봤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기"만 했다. 정부를 믿었다. 해경을 믿었다. "전문가들이 알아서 하겠지." "곧 구조되겠지."

이것이 GN 유형이다. 좋은 통(민주주의 사회) × 무사유(수동적 관찰). 대한민국은 2014년 민주주의 국가였다. 언론의 자유가 있었다. 시민사회가 있었다. 투표권이 있었다. 좋은 통이었다. 하지만 시민 대다수는 사유하지 않았다.

세월호 이전에도 징조가 있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192명 사망. 2014년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10명 사망. 매번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바뀐 것이 없었다. 왜? 시민들이 사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GN 유형은 악하지 않다. 착한 사람들이다. 법 잘 지키고, 세금 내고, 가족 돌보고, 일 열심히 한다. 하지만 사유하지 않는다. 뉴스를 보지 않는다. 정치에 무관심하다. "내 일만 하면 된다."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거다." "나 하나 안 해도 세상은 돌아간다."

문제는 GN 유형의 불안정성이다. 좋은 통이 나쁜 통으로 바뀌면? GN은 즉시 BN으로 전환된다. 왜냐하면 그들은 사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치 독일이 그랬다. 1920년대 바이마르 공화국. 민주주의였다. 시민들은 평화롭게 살았다(GN). 하지만 경제 위기가 왔다. 히틀러가 등장했다. 통이 바뀌었다. GN 시민들은 순식간에 BN으로 전환됐다. 홀로코스트에 침묵했다. 무사유가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GT 유형: 사유하는 시민

2014년 4월 16일 오후. 세월호 생중계를 보던 일부 시민들은 이상함을 느꼈다. "왜 구조가 안 되지?" "왜 선내 진입을 안 하지?" "왜 해경만 있지?" 이들은 SNS에 질문을 올렸다. 사실을 확인했다. 정부 발표를 의심했다.

김 모 씨(30대, 직장인). "정부가 '전원 구조'라고 발표했을 때부터 이상했어요. TV를 보니 배가 거의 다 침몰했는데 어떻게 전원 구조가 되나요? 그때부터 언론 보도를 의심하기 시작했죠." 이 씨(40대, 자영업). "해경이 왜 선내 진입을 안 하는지 이해가 안 됐어요. 민간 잠수사는 들어갔는데 해경은 왜 안 들어가나요? SNS로 정보를 찾아봤어요."¹⁰

이들이 GT 유형이다. 좋은 통(민주주의 사회) × 사유(비판적 질문). 같은 사회에 살지만 GN과 다르다. GT는 질문한다. 의심한다. 확인한다. 판단한다. 민주주의는 이들이 있어야 작동한다.

세월호 이후 GT 유형이 행동했다. 시민들이 진도로 향했다. 자원봉사. 물품 지원. 잠수 지원. 유가족 돌봄. 정부가 하지 못한 일을 시민이 했다. 박지영의 후배들도 진도로 갔다. 수원과학대 학생들. "선배의 정신을 본받아 남은 학생과 가족들을 돕겠습니다."¹¹

이들은 명령받지 않았다. 의무도 아니었다. 하지만 사유했다. "이것은 옳지 않다." "내가 도와야 한다." "침묵하면 안 된다." 이것이 GT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토대다.


한국 현대사의 네 유형

세월호만이 아니다. 한국 현대사 전체가 이 네 유형을 보여준다.

BN 사례들:

전두환 정권(1980~1988). 12.12 쿠데타와 5.18 학살. 전두환과 신군부는 전형적 BN이었다. 나쁜 통(군사독재) × 무사유("국가 안보", "질서 회복"). 전두환의 언어. "불순 세력", "폭도", "질서 유지". 절차적 언어. 피해자 부재. 무사유.

세월호 선장 이준석. 나쁜 통(청해진해운) × 무사유("조류가 빠르다"). 검찰의 윤석열. 나쁜 통(검찰조직) × 무사유("법과 원칙"). 모두 같은 구조다.

BT 사례들:

1950년 한국전쟁 중 해인사. 미군 조종사 김영환(가명). 폭격 명령을 받았다. "해인사를 폭격하라. 북한군이 숨어 있다." 하지만 그는 사유했다. "해인사에는 팔만대장경이 있다. 800년 된 문화재다." 그는 명령을 거부했다. 상관에게 보고했다. "해인사에 적군이 없습니다." 해인사는 살아남았다. 김영환은 BT 유형이었다.¹²

1980년 5월 광주. 계엄군 중 일부는 발포 명령을 거부했다. "시민들에게 쏠 수 없습니다." 그들은 처벌받았다. 좌천됐다. 하지만 그들은 BT였다. 나쁜 통(군사독재) × 사유(시민을 인간으로 봄).

2014년 세월호 박지영 승무원. 나쁜 통(청해진해운) × 사유(학생을 인간으로 봄). 모두 같은 유형이다.

GN 사례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다수 시민. 민주주의는 확립됐다. 투표권이 생겼다. 언론의 자유가 생겼다. 좋은 통. 하지만 많은 시민들은 사유하지 않았다. 투표율은 낮았다. 정치 무관심이 만연했다. "내 한 표가 뭐가 바뀌나." "정치는 더럽다." "내 일이나 하자." GN 유형.

문제는 이들이 위기 때 BN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2024년 12월 3일 계엄 선포. 일부 시민들은 즉시 저항했다(GT). 하지만 일부는 침묵했다. 심지어 동조했다. "질서가 필요하다." "좌파가 문제다." GN이 BN으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GT 사례들:

1987년 6월 항쟁.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최루탄에 맞서 싸웠다. 민주주의를 요구했다. 이들은 GT였다. 좋은 통(시민사회) × 사유(독재는 틀렸다는 판단).

2016년 촛불집회. 박근혜 탄핵을 요구하며 1,700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 평화 시위. 민주적 저항. GT 유형. 2024년 12월 3일 계엄 선포 후 국회 앞으로 달려간 시민들. 국회의원들과 함께 계엄군을 막았다. GT 유형.


네 유형의 역학

AJIM 모델의 핵심 통찰. 사회는 네 유형의 비율로 결정된다.

BN이 많으면: 전체주의. 나치 독일, 1980년 광주

BT가 많으면: 저항과 혁명. 1987년 6월 항쟁

GN이 많으면: 형식적 민주주의. 투표는 하지만 변화 없음

GT가 많으면: 실질적 민주주의. 참여, 감시, 비판

한국의 문제. GT가 충분하지 않다. 1987년 민주화 이후 GT는 줄었다. GN이 늘었다. 경제 성장, 일상의 안정. 사람들은 정치에서 멀어졌다. "투표만 하면 된다." "전문가들이 알아서 하겠지." 무사유가 확산됐다.

그 결과. 나쁜 통(검찰, 군대, 관료제)이 청산되지 않았다. 1949년 반민특위 해체 이후 형성된 구조가 그대로 남았다. GN 시민들은 이를 방치했다. 그리고 2024년, 윤석열(BN)이 탄생했다. 계엄이 선포됐다.


GT를 늘려야 산다

해법은 명확하다. GT 유형을 늘려야 한다. 어떻게?

첫째, 사유 교육. 학교에서 암기 대신 질문을 가르쳐야 한다. "왜?"라고 묻는 능력. "이게 맞나?"라고 의심하는 능력. 비판적 사고.

둘째, 시민 참여. 투표만으로는 부족하다. 감시해야 한다. 질문해야 한다. 저항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형식이 아니라 실천이다.

셋째, 나쁜 통 개혁. 검찰, 군대, 관료제. 이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으면 BN이 계속 생산된다. 상명하복을 해체해야 한다. 절차주의를 넘어서야 한다. 사유를 장려해야 한다.


결론: 박지영을 기억하는 이유

2014년 4월 22일. 박지영의 장례식. 인천 인하대병원. 200여 명이 참석했다. 유족, 친지, 시민. 모두 울었다. "지영아 사랑해..."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¹³

박지영을 기억하는 이유. 그녀가 "선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그녀가 BT였기 때문이다. 나쁜 통 속에서도 사유했다. 학생들을 인간으로 봤다. 선택했다. 희생했다.

이준석을 비난하는 이유. 그가 "악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그가 BN이었기 때문이다. 나쁜 통 속에서 사유를 멈췄다. 승객을 통계로 봤다. 도망갔다.

차이는 성향이 아니다. 사유다. 이것이 AJIM 모델의 메시지다. 우리는 박지영이 될 수도, 이준석이 될 수도 있다. 선택은 우리에게 있다. 사유하느냐, 사유하지 않느냐. 그것이 전부다.


참고문헌

1. 세월호 선원 재판 기록, 광주지방법원, 2014

2. 세월호 침몰 사고 진상조사보고서, 감사원, 2014

3. 이준석 선장 1심 판결문, 광주지방법원, 2014.11.11

4. 세월호 선원 재판 증언 기록, 2014

5. 오마이뉴스, "지영이는 죽을 때까지 무전기를 놓지 않았다", 2014.5.15

7. 오마이뉴스, 같은 기사

8. 한국경제, "세월호 구조, 故 박지영 선원은 마지막이다", 2014.4.17

9. 나무위키, "박지영(1992)"

10.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 명단, 해양수산부, 2014

11. 세월호 참사 시민 증언 기록, 416세월호참사 시민기록위원회

12. 경인일보, "[세월호 침몰]故박지영씨의 '희생정신'후배들 마음까지 움직여", 2014.4.23

13. 문화재청, 해인사 팔만대장경 보존 기록

14. 경향신문, "승무원 박지영씨 마지막 가는 길, 시민들 눈물로 배웅", 2014.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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