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탄생: 통과 무사유가 만든 결과

제3부 '나쁜 통 × 무사유'가 만들어낸 윤석열 모델

by 한시을

14장. 윤석열은 성향인가? 통의 산물인가?


1991년 사법시험 합격, 1994년 검사 임용. 9수 끝에 만 31세라는 늦은 나이로 법조계에 입문한 한 남자가 있었다.¹ 그는 27년간 검찰에서 근무했고, 2019년 검찰총장에 올랐으며, 2022년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2024년 12월 3일, 그는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 남자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그는 타고난 권위주의자인가? 독재자의 기질을 가진 인물인가? 아니면 검찰이라는 조직, 한국 관료제라는 시스템, 박정희-전두환으로 이어진 역사적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물인가?


이 질문에 답하는 방식은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결정한다. 만약 윤석열이 개인의 문제라면, 그를 제거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만약 그가 구조의 산물이라면,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제2, 제3의 윤석열이 계속 등장할 것이다.


개인인가, 구조인가

2013년 10월, 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조직에 충성하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²


당시 이 발언은 정권의 수사 외압에 맞선 강단 있는 검사의 모습으로 해석되었다. 하지만 이 문장을 다시 읽어보자. "조직에 충성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조직이란 무엇인가? 조직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조직에 충성한다는 것은 결국 조직의 규칙, 조직의 문화, 조직의 상명하복 구조에 충성한다는 뜻이다. 그것은 개인의 판단을 조직의 논리로 대체한다는 뜻이다.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을 분석하며 발견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아이히만은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직의 일원으로서, 시스템의 부품으로써, 사유 없이 작동했다.³


윤석열의 "조직에 충성한다"는 발언은, 그가 이미 검찰이라는 '통' 속에서 사유를 조직 논리로 대체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그 조직이 어떤 조직인가이다.


검찰이라는 통 - 27년의 형성 과정

윤석열은 1994년 대구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⁴ 그가 입문한 검찰은 어떤 조직이었는가?


검찰은 박정희-전두환 시대를 거치며 군사문화를 내재화한 조직이다. 상명하복, 절대복종, 위계질서. 검찰의 문화는 군대의 문화와 닮아 있었다. 특히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의 엘리트'로서 권력형 사건을 수사하며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


윤석열은 27년간 이 조직에서 '법과 원칙'을 반복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법과 원칙'은 무엇이었는가?


1999년 김대중 정부 시절, 윤석열은 박희원 경찰청 정보국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시절, 그는 안희정·강금원을 구속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그는 BBK 특검에 참여해 이명박에게 무혐의를 주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 그는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했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에서 수사팀장을 맡았다.⁵


그의 수사 이력을 보면 정권과 무관하게 '법대로' 수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패턴이 있다. 그는 항상 검찰의 논리, 검찰의 원칙, 검찰의 관점에서 수사했다. 그것이 정권과 충돌하든 협력하든, 그는 '검찰'이라는 조직의 논리를 따랐다.


2017년 5월, 박영수 특검 수사팀장 임명 당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냐."⁶


이 발언 역시 공정한 검사의 모습으로 해석되었다. 하지만 '수사권'이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한다. 그에게 수사권은 권력이었다. 검사는 수사권을 가진 존재이고, 그 권한을 공정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논리였다.


문제는 '공정함'의 기준이 무엇인가였다. 그의 공정함은 검찰의 공정함, 법 절차의 공정함이었다. 시민의 공정함, 정의의 공정함과는 다른 것이었다.


"법과 원칙"이라는 절차적 언어

2019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은 "법과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2020년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그는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라고 말했다.⁷


2022년 대선 캠프 시절, 그의 슬로건은 "법과 원칙"이었다. 취임사에서도 "법과 원칙"을 언급했다. 대통령 재임 중에도 "법과 원칙"을 반복했다.


그런데 이 "법과 원칙"은 무엇을 의미했는가?


2025년 1월 13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사형을 구형받은 그는 최후진술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26년간 검찰에서 주요 수사를 했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일했기 때문에 정치적 음모에 의해 수사라는 이름을 빌어 이렇게 치밀하게 내란몰이가 기획되고 진행되는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⁸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무력화하려 했던 그는, 자신이 "법과 원칙"에 따라 일했다고 말했다. 이것이 역설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아이히만도 재판정에서 똑같이 말했다. "나는 법을 따랐습니다." 그는 나치의 법, 명령의 법, 절차의 법을 따랐다고 주장했다. 한나 아렌트는 이것을 "법에 대한 왜곡된 존중"이라고 불렀다.⁹


윤석열의 "법과 원칙"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법의 정신이 아니라 법의 절차, 법의 형식, 법의 권위를 의미했다. 그에게 법은 정의의 도구가 아니라 권력의 도구였다.


2024년 12월 3일, 계엄 선포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27분,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¹⁰


이 문장을 분석해 보자.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 - 적을 설정하고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 - 척결의 대상을 규정하며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 명분을 제시한다


이것은 박정희의 5.16 성명서, 전두환의 계엄 선포문과 구조가 동일하다. 적을 설정하고, 척결을 선언하며, 국가 수호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차이가 있다면 시대적 배경과 구체적 표현뿐이다.


계엄사령부가 발표한 포고령 제1호는 더욱 직접적이었다.


"1.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2.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 3.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¹¹


이것은 1972년 박정희의 유신헌법, 1980년 전두환의 계엄령과 본질이 같다. 국회를 무력화하고, 언론을 통제하며, 정치활동을 금지한다. 민주주의를 중단시키는 조치들이다.


그런데 윤석열은 이것을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헌법을 중단시킨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모든 자유를 박탈한다?


이것이 바로 무사유의 언어다. 논리적 모순을 인식하지 못하고, 절차적 정당성으로 실질적 폭력을 정당화하며, 명분과 실제의 괴리를 보지 못한다.


통의 산물로서의 윤석열

윤석열은 1994년 검찰에 입문했다. 그가 들어간 검찰은 박정희-전두환 시대의 유산을 고스란히 간직한 조직이었다. 상명하복, 절대복종, 권력 지향적 문화.


그는 27년간 이 조직에서 승진했다. 대검 중수부장,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그가 승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조직의 논리를 내재화했기 때문이다.


그는 "조직에 충성"했다. 조직의 규칙을 따르고, 조직의 문화를 수용하며, 조직의 논리로 사유했다. 검찰이라는 통 속에서 27년을 보내며, 그는 검찰의 언어를 자신의 언어로 만들었다.


"법과 원칙"은 그 언어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법의 정신이 아니라 법의 절차, 검찰의 권한, 수사권의 행사를 의미했다. 그에게 정의는 검찰이 규정하는 것이었고, 법은 검찰이 집행하는 것이었다.


2022년 대통령이 된 후에도 그는 검찰의 언어를 썼다. 야당을 "범죄자 집단"으로 규정하고, 정치적 반대자를 "종북 세력"으로 낙인찍으며, 자신의 권력 행사를 "법과 원칙"으로 정당화했다.


2024년 12월 3일 계엄 선포는 이 논리의 극단이었다. 그는 정말로 "국가를 지키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고 믿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에게 야당은 '척결해야 할 반국가 세력'이었고,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었으며, 계엄은 '부득이한 조치'였다.


이것은 광기가 아니다. 이것은 무사유다. 검찰이라는 통 속에서 27년간 형성된 사고방식, 절차적 언어로 포장된 권위주의, 법의 이름으로 정당화된 폭력.


AJIM 모델로 본 윤석열 - BN 유형의 전형

AJIM 모델의 2×2 매트릭스에서 윤석열은 어디에 속하는가?


나쁜 통(B) × 무사유(N) = BN 유형


검찰이라는 조직은 박정희-전두환 시대의 군사문화를 계승한 '나쁜 통'이었다. 상명하복, 권력 지향, 정치화된 수사. 이 조직은 민주주의와 충돌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윤석열은 이 통 속에서 27년을 보내며 사유 능력을 상실했다. 그는 조직의 논리를 자신의 논리로 받아들였고, 검찰의 언어를 자신의 언어로 만들었다. 그에게 도덕적 판단은 법 절차로 대체되었고, 정의는 검찰의 권한으로 축소되었다.


계엄 선포는 BN 유형의 전형적 결과였다. 나쁜 통이 만든 구조적 논리와 무사유가 결합하여,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가 "국가를 지키는 조치"로 정당화되었다.


그는 악한 사람이 아니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사유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유하지 않는 사람은, 나쁜 통 속에서, 가장 끔찍한 일을 할 수 있다.


성향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

2013년 국정감사에서 "조직에 충성한다"라고 말한 윤석열을, 2017년 "검사가 수사권으로 보복하면 깡패"라고 말한 윤석열을, 2024년 계엄을 선포한 윤석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그는 변했는가? 아니면 원래 그런 사람이었는가?


AJIM 모델은 다른 대답을 제시한다. 그는 변하지 않았다. 그는 처음부터 검찰이라는 통 속의 사람이었다. 조직에 충성하고, 법과 원칙을 말하며, 수사권의 공정함을 강조했던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서도 똑같은 논리로 작동했다.


차이는 그가 가진 권력의 크기였다. 검사 시절에는 수사권이라는 권력, 검찰총장 시절에는 검찰 전체의 권력, 대통령이 되어서는 국가 권력 전체를 가지게 되었다. 권력의 크기가 커지자, 그의 무사유가 만들어내는 결과도 커졌다.


이것은 성향의 문제가 아니다. 타고난 독재자, 타고난 권위주의자는 없다. 박정희도 처음부터 독재자는 아니었다. 전두환도 태어날 때부터 학살자는 아니었다.


그들은 '통' 속에서 만들어졌다. 군사문화, 상명하복, 반공 이데올로기라는 통 속에서, 사유 능력을 상실하고, 절차적 언어를 내재화하며, 권력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습득했다.


윤석열도 마찬가지다. 그는 검찰이라는 통 속에서 만들어졌다. 박정희-전두환이 남긴 유산을 계승한 조직, 군사문화를 내재화한 관료제, 권력 지향적 수사 문화 속에서, 그는 BN 유형의 인물이 되었다.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반복된다

윤석열 개인을 탄핵하고 파면하는 것으로 충분한가?


AJIM 모델의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필요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윤석열은 증상이지 원인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윤석열을 만들어낸 '통'이다.


검찰 조직은 여전히 존재한다. 박정희-전두환 시대의 문화를 가진 관료제는 여전히 작동한다. 상명하복, 권력 지향, 절차 만능주의는 여전히 한국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


윤석열을 제거해도, 통을 바꾸지 않으면 제2의 윤석열이 나올 것이다. 그는 다른 이름을 가지고, 다른 배경을 가졌을 수 있지만, 본질은 같을 것이다. 나쁜 통 × 무사유 = BN.


한국 민주주의의 진짜 과제는 여기에 있다. 개인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것. 통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것. 검찰 개혁, 관료제 개혁, 군사문화 청산.


그리고 동시에 사유를 회복하는 것. 절차가 아니라 본질을 보는 능력, 명분이 아니라 실제를 판단하는 능력, 권위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


윤석열은 성향이 아니라 구조의 산물이다. 그를 만든 통을 해체하지 않으면, 그와 같은 사람이 계속 나올 것이다. 이것이 AJIM 모델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경고다.


1987년 민주화 이후 37년이 지났다. 하지만 박정희-전두환이 만든 시스템은 63년째 작동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역사보다 전체주의 시스템의 역사가 더 길다.


윤석열의 계엄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것은 1949년 반민특위 해체 이후 75년간 청산되지 않은 구조가, 1961년 5.16 쿠데타 이후 63년간 개혁되지 않은 시스템이, 마침내 대통령실에 도달한 순간이었다.


개인을 탄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통을 바꿔야 한다.


참고문헌

1. 윤석열, 사법시험 합격 (1991), 사법연수원 23기 (1994)

2. 윤석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증언, 2013.10.21

3. Hannah Arendt, 『Eichmann in Jerusalem: A Report on the Banality of Evil』, 1963

4. 윤석열, 대구지방검찰청 검사 임용, 1994

5. 윤석열 검사 경력, 법무부 공식 기록, 1994-2021

6. 윤석열, 박영수 특검 수사팀장 임명 당시 기자회견, 2017.5.19

7. 윤석열, 신임 검사 임관식 축사, 2020.8

8.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최후진술, 서울중앙지법, 2025.1.13

9.Hannah Arendt, 『Eichmann in Jerusalem』, p.135-148

10. 윤석열, 비상계엄 선포 긴급 대국민 담화, 2024.12.3, 22:27

11.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 2024.12.3, 23:00

12.박안수, 계엄사령관 명의 포고문, 2024.12.3

13. Philip Zimbardo, 『The Lucifer Effect』, 2007

14. 반민특위 해체, 1949.6.6

15. 5.16 군사정변, 1961.5.16

16. 박정희, 10월 유신 선포, 1972.10.17

17. 전두환, 12.12 군사반란, 1979.12.12

18. 전두환, 5.17 비상계엄 확대, 1980.5.17

19. 6월 민주항쟁, 1987.6.10-6.29

20.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2019.7.25

21.윤석열, 검찰총장 사임, 2021.3.4

22.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 2022.3.10

23. 윤석열, 대통령 취임, 2022.5.10

24. 윤석열, 탄핵소추안 가결, 2024.12.14

25. 윤석열,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 20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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