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탄생: 통과 무사유가 만든 결과

제3부 '나쁜 통 × 무사유'가 만들어낸 윤석열 모델

by 한시을

20장. 윤석열 현상을 악의 평범성으로 읽는 이유


27년간의 학습

윤석열은 1994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검사로 임관했다. 2021년 검찰총장직을 사퇴하기까지 27년.¹

27년은 짧지 않은 시간이다. 한 사람의 사고방식이 형성되고, 언어가 고착되며, 행동 패턴이 자동화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윤석열이 27년 동안 몸담았던 조직은 어떤 곳이었는가?


검사동일체와 상명하복

2003년 이전까지 한국 검찰청법에는 이런 조항이 있었다.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²

이것을 "검사동일체 원칙"이라고 불렀다.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모든 검사는 상부의 지시에 복종하는 유기적 조직체라는 뜻이다.

2003년 검찰청법 개정으로 이 조항은 삭제되었다. 법적으로는 폐지된 것이다.

하지만 실질은? 2020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검사동일체 원칙은 2004년 법전에서 사라졌지만 검찰 조직 내에는 아직도 상명하복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³

법은 바뀌었지만 문화는 바뀌지 않았다. 2003년 이후에도 검찰 조직은 여전히 상명하복 구조로 작동했다. 외부의 개혁 요구가 있을 때마다 검사들이 보여준 일사불란한 집단행동이 이를 증명했다.⁴

윤석열이 검사로 일한 27년 중 대부분은 이 "검사동일체" 문화 속에서였다. 상사의 명령에 복종하고, 조직의 결정을 따르며, 집단의 논리를 내재화하는 과정.

27년은 한 사람을 바꾸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승진 시스템이 만드는 인간

한국 검찰의 승진 시스템은 명확하다.

13-15년차: 부장검사 100% 자동승진 그 이후 10년 안팎: 차장검사(차관급)로 승진⁵

일반 공무원(행정고시 출신)은 5급으로 시작해 3급까지 13-15년이 걸린다. 검사는 같은 기간에 부장검사(1급 상당)로 100% 승진한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다. 누가 승진하는가?

나무위키 "대한민국 검찰청/비판 및 논란" 항목은 이렇게 기록한다.

"민생을 위해 일하는 검사들은 조직 내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승진에서 탈락한다. 오히려 정권과 자신의 입신양명, 일신의 영달을 위해 일하는 검사들은 정치 검사라는 비난은 받을지라도 승진을 거듭하고 퇴직 후에도 전관예우를 받으며 막대한 수임료를 벌어들인다."⁶

"이와 같은 인사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는 국민이 아니라 정권을 위해 심신을 바쳐 일하는 검찰 조직을 만들고 검찰이 '대한민국 검찰'이 아니라 '대통령의 검찰'로 전락하게 한다."⁷

무엇이 승진을 결정하는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능력? 아니다.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노력? 아니다. 지연, 학연, 혈연 등의 인맥? 맞다. 정권의 심기에 거슬리지 않았는지? 맞다.⁸

이것이 윤석열이 27년 동안 경험한 시스템이다. 정의가 아니라 순응이 보상받는 시스템. 진실이 아니라 충성이 평가받는 시스템. 국민이 아니라 권력이 중심인 시스템.


저항하는 자는 배제된다

검찰 조직은 내부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다.

2014년, 임은정 검사는 진보당 간첩 조작 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구형했다. 검찰 수뇌부가 지시한 "백지 구형"(구형을 하지 않음)을 거부하고 무죄를 주장한 것이다.

결과는? 4개월 정직. 검사 적격심사에서 퇴출 위기. 5년 소송 끝에 대법원 판결로 겨우 복귀.⁹

박병규 검사는 임은정 검사를 지지하는 글을 검찰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결과는? 2014년 말 검사적격심사에서 탈락.¹⁰

메시지는 명확했다. 조직의 방침에 저항하면 배제된다. 내부에서 비판하면 처벌받는다. 순응하는 자만 살아남는다.

윤석열도 이 시스템을 경험했다. 그는 박근혜를 수사했고, 이명박을 구속했으며, 문재인 정부와 충돌했다. 하지만 그가 저항한 것은 "권력"이 아니었다. 그가 지킨 것은 "조직"이었다.

2013년 국정감사에서 그는 말했다. "조직에 충성하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¹¹

개인이 아니라 조직. 진실이 아니라 체계. 정의가 아니라 시스템.


기수 문화와 집단주의

한국 검찰에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기수 문화."

사법연수원 기수가 평생을 따라다닌다. 선배 기수가 후배 기수보다 먼저 승진하는 것이 원칙이다. 만약 후배 기수가 먼저 승진하면? 선배 기수는 전원 사퇴한다. 관례다.¹²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집단의 서열. 개인의 성과가 아니라 집단의 순서.

검찰 조직은 철저히 집단주의적이다. 개인은 집단 속에 묻힌다. 개인의 판단은 조직의 결정으로 대체된다. 개인의 책임은 조직의 명령으로 희석된다.

필립 짐바르도가 분석한 "탈개인화(deindividuation)"의 완벽한 사례다.¹³ 개인은 사라지고 집단만 남는다. "나"는 사라지고 "우리"만 남는다.

윤석열도 이 문화 속에서 27년을 살았다. 개인의 판단보다 조직의 논리를. 개인의 양심보다 집단의 결정을. 개인의 책임보다 체계의 명령을.


절차적 언어의 학습

검찰에서는 모든 것이 절차로 처리된다.

수사는 "지휘·결재"를 통해 이루어진다. 상사가 "깎고 다듬는" 과정을 거쳐 오류를 바로잡고 법리를 검토한다.¹⁴

이것은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신중한 검토, 법적 정확성, 집단 지성.

하지만 다른 면도 있다. 개인의 판단은 무력화된다. 결재를 받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상사의 승인 없이는 진실도 의미가 없다.

27년 동안 이 시스템에서 일하면 어떻게 되는가?

절차가 본질을 대체한다.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 승인이 진실을 결정한다.

윤석열의 언어를 보라. "법과 원칙", "절차 준수", "헌법에 따라". 모든 것이 절차적 언어다. 구체적 인간은 보이지 않고, 추상적 범주만 보인다.

이것은 27년간의 학습 결과다. 검찰 조직이 가르친 언어다.


BN 유형의 완성

AJIM 모델의 2×2 매트릭스로 보면, 윤석열은 어디에 속하는가?

나쁜 통(B): 검찰 조직의 상명하복 문화 무사유(N): 절차적 언어와 조직 논리의 내재화

= BN 유형. 아이히만 유형.

아이히만은 SS 조직에서 15년을 일했다. 윤석열은 검찰 조직에서 27년을 일했다.

아이히만은 "명령에 복종"을 배웠다. 윤석열은 "조직에 충성"을 배웠다.

아이히만은 "유대인 문제"를 처리했다. 윤석열은 "반국가세력"을 처단하려 했다.

아이히만은 "법을 따랐다"고 변명했다. 윤석열은 "헌법에 따랐다"고 주장한다.

구조는 똑같다. 나쁜 통 × 무사유 = 악의 평범성.


개인의 문제인가, 시스템의 문제인가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나온다. 윤석열은 태어날 때부터 이런 사람이었는가?

아니다.

1994년 검사로 임관했을 때, 그는 어땠는가? 우리는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27년 후, 그는 BN 유형이 되어 있었다.

무엇이 그를 바꾸었는가?

개인의 성향? 부분적으로는 맞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시스템. 구조. 통.

검찰 조직이라는 "나쁜 통"이 27년 동안 그를 만들었다. 상명하복 문화가 그를 훈련시켰다. 승진 시스템이 그를 강화했다. 절차적 언어가 그를 무장시켰다.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을 보며 말했다. "그는 괴물이 아니었다. 그는 생각하지 않았을 뿐이다."¹⁵

우리도 윤석열을 보며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그는 특별히 악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27년 동안 조직의 논리를 학습했을 뿐이다.


제2의 윤석열은 어디에 있는가

가장 두려운 질문은 이것이다. 윤석열을 탄핵하면 끝나는가?

아니다.

윤석열이 27년 동안 경험한 시스템은 여전히 존재한다. 검사동일체 문화는 여전히 작동한다. 상명하복 구조는 여전히 견고하다. 승진 시스템은 여전히 순응을 보상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백 명의 검사들이 같은 시스템 안에서 같은 훈련을 받고 있다.

윤석열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1961년, 박정희. 육군 소장. 군사 조직 출신.

1979년, 전두환. 보안사령관. 군사 조직 출신.

2024년, 윤석열. 검찰총장. 검찰 조직 출신.

패턴이 보이는가? 모두 "나쁜 통" 출신이다. 모두 상명하복 문화를 경험했다. 모두 조직의 논리를 내재화했다.

그리고 권력을 잡은 후, 그들은 조직에서 배운 것을 국가에 적용했다. 명령과 복종. 처단과 숙청. 적과 아군.

윤석열을 제거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가? 아니다. 시스템이 남아 있으면, 제2의 윤석열이 나온다.


구조적 경고로서의 윤석열

그래서 윤석열 현상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구조적 경고다.

한국 사회에는 여전히 "나쁜 통"들이 존재한다는 경고.

검찰, 군대, 관료제, 대기업. 상명하복 문화가 작동하는 곳.

승진이 정의보다 중요한 곳.

저항이 배제되는 곳.

절차가 본질을 대체하는 곳.

이런 곳에서 27년을 보내면, 대부분의 사람은 윤석열처럼 될 수 있다. BN 유형으로 완성될 수 있다.

이것이 악의 평범성이다. 특별한 악마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나쁜 통 속에서 무사유를 학습한 결과.


왜 "악의 평범성"인가

윤석열 현상을 "악의 평범성"으로 읽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그는 괴물이 아니다. 그는 시스템의 산물이다.

둘째, 그는 혼자가 아니다. 같은 시스템 안에 수백 명이 더 있다.

셋째, 그를 제거해도 끝나지 않는다.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반복된다.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 재판을 보며 느낀 공포는 이것이었다. "이 사람은 특별하지 않다. 누구라도 그의 자리에 있었다면 같은 일을 했을 수 있다."¹⁶

우리도 윤석열을 보며 같은 공포를 느껴야 한다. "이 사람은 특별하지 않다. 같은 시스템에서 같은 훈련을 받은 사람이라면 같은 일을 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위기

윤석열 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쉽다. 탄핵하고, 구속하고, 재판하면 된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한가?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는 윤석열을 만장일치로 파면했다.¹⁷ 그는 역사상 두 번째로 파면된 대통령이 되었다.

하지만 질문은 남는다. 제3의 윤석열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

검찰 조직은 여전히 존재한다. 상명하복 문화는 여전히 작동한다. 승진 시스템은 여전히 순응을 보상한다. 절차적 언어는 여전히 사유를 대체한다.

윤석열이 사라져도, 그를 만든 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통이 사라지지 않으면, 새로운 BN 유형이 나온다.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윤석열 현상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명확하다.

개인을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검찰 조직을 개혁해야 한다. 상명하복 문화를 해체해야 한다. 승진 시스템을 정의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저항을 보호해야 한다. 사유를 장려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검찰만의 문제가 아니다. 군대, 관료제, 대기업, 교육 시스템. 한국 사회 전체의 "나쁜 통"들을 개혁해야 한다.

필립 짐바르도는 말했다. "나쁜 사과를 제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나쁜 통을 바꿔야 한다."¹⁸

한나 아렌트는 말했다. "사유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라도 악을 행할 수 있다. 사유하는 교육이 필요하다."¹⁹

윤석열 현상은 개인의 실패가 아니다. 그것은 시스템의 실패다. 사회의 실패다. 민주주의의 실패다.

그리고 그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반복을 막는 첫 걸음이다.


결론: 윤석열 이후

2024년 12월 3일 계엄 선포는 끝났다. 윤석열은 파면되었다. 역사는 그를 기록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윤석열 개인이 아니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시스템이다.

27년간 검찰 조직이 한 사람을 어떻게 만들었는가.

상명하복 문화가 사유를 어떻게 제거했는가.

승진 시스템이 정의를 어떻게 왜곡했는가.

절차적 언어가 인간을 어떻게 추상화했는가.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모여, 평범한 검사 한 명을 BN 유형으로 완성했는가.

이것이 악의 평범성이다.

윤석열은 괴물이 아니었다. 그는 시스템의 산물이었다. 그리고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제2의 윤석열은 다시 나온다.

이것이 우리가 윤석열 현상을 "악의 평범성"으로 읽어야 하는 이유다.

개인이 아니라 구조를 보라.

성향이 아니라 시스템을 바꿔라.

처벌이 아니라 개혁을 하라.

그것만이 반복을 막는 길이다.


참고문헌

1. 윤석열 경력 (1994 검사 임관 - 2021 검찰총장 사퇴)

2. 검찰청법 (2003년 이전)

3. 서울경제, "추미애, 상명하복 문화 깨라", 2020.2.4

4. 한국경제, "상명하복 옛말… 내홍으로 터져나온 달라진 검찰 조직문화", 2018.5.17

5. 나무위키, "검사(법조인)/직급 체계/논란"

6. 나무위키, "대한민국 검찰청/비판 및 논란"

7. 나무위키, 같은 자료

8. 나무위키, 같은 자료

9. 나무위키, "대한민국 검찰청/비판 및 논란" (임은정 검사 사례)

10. 나무위키, 같은 자료 (박병규 검사 사례)

11. 윤석열, 국회 국정감사 발언, 2013

12. 나무위키, "검사(법조인)/직급 체계"

13. Philip Zimbardo, 『The Lucifer Effect』, 2007, p.307-308

14. 한국경제, "상명하복 옛말… 내홍으로 터져나온 달라진 검찰 조직문화", 2018.5.17

15. Hannah Arendt, 『Eichmann in Jerusalem』, 1963, p.287-288

16. Hannah Arendt, 『Eichmann in Jerusalem』, 1963, p.276

17. 헌법재판소 2024헌나8 결정문, 2025.4.4

18. Philip Zimbardo, 『The Lucifer Effect』, 2007, p.445

19. Hannah Arendt, 『The Life of the Mind』, 1978,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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