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이중 잣대의 정치학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하나.
"제사는 우상숭배래요. 그럼 교회는요? 돌아가신 예수님 섬기잖아요. 둘 다 돌아가신 분 섬기는데, 왜 하나는 우상숭배고 하나는 신성한 거예요?"
댓글들이 달렸다.
"맞아요. 제사는 조상 섬기기, 예배는 예수 섬기기. 뭐가 달라요?"
"둘 다 죽은 사람 기리는 건데 이름만 다른 거 아닌가요?"
"누가 우상숭배라고 정한 거예요?"
며느리들은 묻고 있다. 누가 정의하는가?
역사적 사실: 누가 정의했는가
1880년대, 개신교 선교사들이 한국에 왔다. 1885년 언더우드와 아펜젤러가 입국했다.
그들은 제사를 우상숭배로 규정했다.
옥성득 UCLA 한국기독교학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개신교 선교사들은 중국 개신교의 반제사 변증론을 수용했다. 메드허스트의 『청명소묘지론』(1826), 네비어스의 『사선변유』(1859) 같은 중국 개신교 문서들이 한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1907년 상해선교대회의 제사 금지 결정이 한국교회의 공식 정책이 되어 1930년대 중반까지 유지되었다.
천주교는 더 일찍부터 제사를 금지했다. 1715년 교황 클레멘스 11세는 "동양의 조상제사는 미신적 요소를 분리하기 힘든 우상숭배"라고 선언했다. 이전인 1656년에는 교황 알렉산데르 7세가 제사를 허용했었다. 하지만 59년 만에 입장이 바뀌었다.
그런데 1939년, 교황 비오 12세가 "중국 의례에 관한 훈령"을 공포했다. 조상제사가 우상숭배가 아니라 "유교 문화권의 민속적 관습"이라고 선언했다.
1940년 조선교구장들은 이 결정을 설명했다. "교회의 신앙도리가 변했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말라. 교회의 도리는 만고불변의 진리이며 다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조상제사에 대한 현대인의 정신이 변했기 때문에 용납하는 것이라."
같은 의례였다.
1656년: 허용
1715년: 우상숭배
1939년: 민속적 관습
무엇이 바뀌었는가? 제사는 바뀌지 않았다. 교회의 판단이 바뀌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
"200년간 '우상숭배'였다가 갑자기 '민속'이 됐어요. 제사가 변한 게 아니라 교회가 변한 거잖아요."
"그럼 그동안 제사 안 지낸다고 순교한 사람들은요? 헛된 죽음이에요?"
"1656년에 허용했다가 1715년에 금지했다가 1939년에 다시 허용했어요. 이게 '만고불변의 진리'예요?"
개신교의 일관성
개신교는 달랐다. 1880년대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제사를 금지한다.
하지만 대안을 만들었다. 추도예배다.
옥성득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추도예배는 1900년 전후 형성되어 1920년대 보편화되었다. 제사를 대신하되, 다음과 같이 변형했다:
신주 대신 영정 사용
혼을 부르고 보내는 의식 제거
성경 낭독과 찬송으로 대체
절 대신 묵념
형식은 바뀌었다. 하지만 목적은 같았다. 돌아가신 분을 기리고, 가족이 모이고, 조상을 생각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
"추도예배도 제사예요. 이름만 바꾼 거예요."
"제사: 신주 앞에서 절. 추도예배: 영정 앞에서 묵념. 뭐가 달라요?"
"제사는 우상숭배인데 추도예배는 괜찮다고요? 둘 다 죽은 사람 기리는 건데?"
백석대 이경직 교수는 아이굿뉴스 인터뷰(2021)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교회는 외국에 없는 특별한 문화를 만들어 냈다. 바로 추도예배다. 우리 전통 문화에 따라 조상에게 예의를 갖추면서 우상숭배적 요소를 없앤 타협점을 만들어낸 것이다."
타협점. 결국 타협이다. 제사와 예배 사이의 타협.
온라인 커뮤니티의 반응:
"타협이면 타협이에요. 왜 제사는 안 되고 추도예배는 돼요?"
"추도예배도 죽은 사람 기리잖아요. 제사랑 뭐가 달라요? 형식만 바꾼 거예요."
"천주교는 제사 허용했어요. 개신교는 추도예배 만들었어요. 둘 다 타협한 거예요. 근데 하나는 제사 그대로 하고, 하나는 이름만 바꿔요. 누가 더 솔직해요?"
일관성은 있다. 하지만 천주교도 1715년부터 1939년까지 224년간 일관되게 금지했다. 그러다 바뀌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
"천주교는 바꿨어요. 개신교는 안 바꿔요. 누가 맞는 거예요?"
"똑같은 성경 읽는데, 하나는 제사 되고 하나는 안 돼요. 성경이 문제가 아니라 해석이 문제예요."
"일관성이 있으면 옳은 건가요? 200년간 틀린 결정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도 일관성이에요."
"우상숭배"의 정의
개신교는 제사를 우상숭배로 본다. 왜인가?
뉴스앤조이 기사(2017)에 따르면, "초기 한국 개신교 선교사들은 제사를 우상숭배로 규정하고 금지했다. 조상숭배는 중국과 일본 선교회들의 관례에 따라 기독교 교리에 어긋나므로 일관되게 금지했다."
하지만 이상재 선생은 1920년 동아일보에 이렇게 썼다.
"조상 신주를 우상이라 하는 것은 반드시 옳다 할 수 없다. 제사는 부모를 그리며 사모하는 효성에서 나오는 것이다. 예수교와 아무 상관이 없을 뿐 아니라 '네 부모를 공경하라' 하신 하나님의 가르침에 크게 적합되는 일일 것이라."
같은 제사를 보고:
선교사: 우상숭배
이상재: 부모 공경
누가 정의하는가?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
"선교사들이 '우상숭배'라고 정했어요. 그게 그냥 굳어진 거예요."
"누구한테 물어보느냐에 따라 달라요. 어떤 목사는 우상숭배, 어떤 신학자는 부모 공경."
같은 논리의 이중 적용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질문:
"제사가 우상숭배면, 예배는요? 돌아가신 예수님 섬기는 게 왜 우상숭배가 아니에요?"
한 목사의 대답 (기독일보 2018):
"돌아가신 부모가 귀신이 되어 그 자리에 와 있지 않기 때문에 절을 한다고 해서 부모가 받는 것이 아닙니다. 와 있지도 않는 부모에게 절하는 것은 아무 소용 없는 헛된 짓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반응:
"그럼 예수님도 교회에 안 계시잖아요. 2000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왜 하나는 헛된 짓이고 하나는 신성해요?"
"제사: 안 계신 조상에게 절 = 헛된 짓. 예배: 안 계신 예수에게 기도 = 신성한 의례. 논리가 이상해요."
"부활"이라는 차이
교회의 주장: "예수는 부활했다. 조상은 안 했다. 그래서 다르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질문:
"부활을 믿으면 되는 거예요? 그럼 저도 조상님이 영으로 계신다고 믿으면 제사 괜찮은 건가요?"
"유교에서는 조상이 영으로 계신다고 믿어요. 개신교에서는 예수가 영으로 계신다고 믿어요. 둘 다 '믿음'인데 뭐가 달라요?"
"결국 누가 정의하느냐의 문제잖아요."
권력과 정의
조선시대:
유교가 지배 이념
제사 = 신성한 의례
불교 = 미신
일제강점기:
일본 신도 강요
신사참배 = 국가 의례
제사 = 구습
해방 후:
개신교 영향력 확대
예배 = 신성한 의례
제사 = 우상숭배
같은 의례, 다른 이름. 시대마다 권력이 정의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
"조선시대였으면 교회가 이단이에요. 지금은 제사가 미신이래요. 권력이 바뀌면 기준도 바뀌어요."
"선교사들이 와서 '이건 우상숭배'라고 했어요. 그게 그냥 정설이 된 거예요."
며느리들의 의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며느리들은 반복적으로 묻는다.
"제사가 우상숭배라는 게 성경에 써있나요?"
답: 없다. 성경에는 "조상 제사는 우상숭배"라는 구절이 없다.
"그럼 누가 정한 거예요?"
답: 선교사들이 해석했다.
"해석이 바뀔 수 있나요?"
답: 천주교는 1939년에 바뀌었다.
"그럼 개신교도 바뀔 수 있나요?"
답: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
"결국 해석의 문제예요. 누가 어떻게 해석하느냐."
"같은 성경, 같은 하나님 믿는데, 천주교는 제사 되고 개신교는 안 돼요. 이게 말이 돼요?"
이중 잣대의 구조
며느리들이 보는 이중 잣대:
제사:
돌아가신 조상 기림 → "우상숭배"
음식 차림 → "미신"
조상 공경 → "귀신 섬김"
예배:
돌아가신 예수 기림 → "경배"
떡과 포도주 → "성찬"
예수 공경 → "신앙"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
"똑같은 행위에 다른 이름 붙이는 거예요. 하나는 정죄하고, 하나는 찬양해요."
"제사 음식은 귀신 섬기는 거래요. 성찬식은 예수님 몸이래요. 둘 다 음식인데요?"
"조상 기리면 우상숭배. 예수 기리면 신앙. 기준이 뭐예요?"
"미신적 요소" 제거 논리
감신대 이정배 교수(은퇴)는 2008년 논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미신적 요소를 제거한 '최소한의 유교 제사'는 기독교 신앙의 의미와 내용을 풍성하게 한다. 기독교가 이런 뜻을 담지한 유교 제례를 백안시한다면 기독교 신앙 역시 빛을 잃을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반응:
"그럼 미신적 요소가 뭔데요? 누가 정해요?"
"예수님 부활 믿는 건 미신 아니에요? 조상 영혼 믿는 건 미신이고?"
"결국 '우리가 믿는 건 신앙, 너희가 믿는 건 미신' 이거잖아요."
며느리들의 선택
며느리들은 이제 묻지 않는다. "누가 옳으냐"를
며느리들은 묻는다. "나에게 의미 있느냐"를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며느리:
"처음에는 제가 잘못된 건가 싶었어요. 제사 안 지내니까 시댁에서 불효녀래요. 근데 교회 가니까 신앙인이래요. 같은 행동인데 평가가 정반대예요."
"그러다 깨달았어요. 이게 권력 게임이라는 걸. 시댁에서는 시댁이 권력이니까 제가 불효녀예요. 교회에서는 교회가 권력이니까 제가 신앙인이에요. 정의는 권력이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제는 안 물어요. '누가 옳아요?' 그 대신 물어요. '나한테 의미 있어요?' 제사는 저한테 의미 없어요. 예배는 저한테 의미 있어요. 그래서 선택했어요."
또 다른 글:
"저는 신학 논쟁에 관심 없어요. 제사가 우상숭배인지 아닌지, 예배가 신성한지 아닌지. 그건 목사님들이 싸울 문제예요."
"저한테 중요한 건 하나예요. 내가 어디서 위로받느냐. 제사에서는 못 받았어요. 예배에서는 받았어요. 그게 전부예요."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들:
"저는 제사든 예배든, 저한테 의미 있으면 해요. 제사는 저한테 의미 없어요. 그래서 안 해요. 예배는 저한테 의미 있어요. 그래서 해요."
"누가 우상숭배래도 상관없어요. 저한테 위로가 되면 그게 전부예요."
"시댁에서는 제가 불효녀래요. 교회에서는 제가 신앙인이래요. 같은 행동인데 평가가 정반대예요. 저는 이제 그 평가에 신경 안 써요."
"제사든 예배든, 누가 옳다고 주장하는 건 권력 싸움이에요. 저는 그 싸움에 관심 없어요. 저한테 필요한 걸 할 뿐이에요."
한 며느리의 마지막 글:
"선교사들이 와서 제사를 우상숭배라고 정했어요.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는 거예요. 만약 선교사들이 제사를 허용했으면 어땠을까요? 지금 우리가 이렇게 고민하지 않았을 거예요."
"천주교는 1939년에 입장을 바꿨어요. 개신교도 언젠가 바뀔 수 있어요. 그때 가면 '제사는 민속이지 우상숭배가 아니다'라고 할지도 몰라요."
"그럼 지금 제사 안 지내서 고생하는 우리는 뭐예요? 나중에 '아, 그때 사정이 그랬어요' 하면 끝나요?"
"저는 이제 알아요. 정의는 권력이 하는 거라는 걸. 그리고 저는 그 권력 게임에 안 놀아요. 제가 선택해요. 저한테 의미 있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