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모 비아토르 Nov 09. 2022

그냥 함께하기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5431083


“내가 어디에 있어도, 넌 날 졸졸 따라다녔지.

그런 네가 싫지만은 않아.”

-‘불안’, 조미자

내가 느끼는 불안이 나에게만 존재할까? 불안은 누구나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이면서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끼는 특별한 감정이다. 불안은 우리가 엄마의 탯줄에서 벗어나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함께해야 하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아주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느끼는 감정이다. 나에게만 존재하는 불안이 아니다. 생애주기를 보면 아이일 때가 있었고 지금은 생산 활동이 왕성한 성인이고 나중에는 노인이 될 것이다.


오늘은 아이의 시각에서 보는 불안을 탐색하고 싶었다. 불안에 관련된 그림책을 검색했다. ‘불안’이란 그림책이 눈에 띄었다. 불안을 아주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한마디로 이 책은 불안과 만나고 있었다. 


그림책은 목차 순서에 따라 불안을 인지하고 만나고 함께하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을 거친다. 불안은 내가 모르고 자각하지 못할 뿐이지 존재하지 않는 감정이 아니다. 분명히 존재하는데 회피하거나 그것에 무지할 뿐이다. 오늘 그 불안을 만난다. 나를 늘 졸졸 따라다니는 불안 말이다. 


불안의 정체를 모를 때는 막연하고 두렵다. 하지만 계속 만나서 불안을 이해하게 되면 불안이 그냥 싫지만은 않은 감정이 된다. 불안은 나를 불편하게 하거나 힘들게 한다. 반대로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을 구체화시키고 일을 추진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이 그림책에서는 불안을 없애버리라고 말하지 않는다. 불안을 알아차리고 불안과 함께 지내는 방법을 안내해준다. 다른 부정적인 감정도 마찬가지지만 없애고 제거하려 하면 할수록 그 감정은 증폭되고 일상을 잠식시켜 버린다. 오히려 그 감정을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대화를 시도하면 닫힌 문이 열린 문이 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오늘도 불안을 만난다. 매일 만나는 불안의 형태는 다르다. 

하나. 아이들의 행동이 내 기대나 기준에 못 미친다. 저렇게 해도 똑바로 클 수 있을까? 

둘. 복직 후 아이들 학교 하교 후 스케줄이 잘 짜여지지 않을 때이다. 아이들이 필요할 때 옆에 없는데 빈 시간이 생기면 어떻게 하지?

셋째. 내가 없는 가정의 빈자리를 남편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밥을 제대로 챙겨 먹을까? 

어떻게 보면 시도 때도 없이 불안을 만나는데, 내가 그 순간마다 인식하지 못하고 그냥 넘길 때도 많다. 매번 불안을 만날 때마다 인식하고 체크한다는 건 피곤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큰 덩어리의 불안만 적절한 거리에서 들여다보고 함께하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나처럼 우리 남편도, 아이들도 각자 주어진 환경에서 불안을 느끼고 살겠지? 나만 느끼는 불안은 아닐 테니까. 어떻게 보면 우리는 모두 불안한 존재이다. 각기 서로 다른 불안을 갖고 인생을 살기 위해서 애쓰고 수고하고 있다. 특히 요즘 둘째 아이가 지금까지 없던 분리불안을 느끼고 있다. 외출할 때면 엄마가 집에 있는지 여부를 늘 확인하고 혼자 엘리베이터를 못 타 집에 귀가할 때면 아파트 1층으로 나를 부른다. 없던 행동을 하는 아이의 모습에 덩달아 불안하다. 불안해하는 아이에게 뭐라고 나무랄 수 없다. 그저 애틋하고 마음이 아프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이가 느끼는 불안을 읽어주고 내가 너와 함께한다는 안정감을 주는 것뿐이다. 왜 불안하냐고 비난하거나 손가락질하지 말고 그들이 느끼는 불안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토닥여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불안할 때 판단이나 비난을 거부하고 위로받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흔들리더라도 부러지지 않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