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삶을 살고 싶니?

사람풍경

by 호모 비아토르

아직 동이 트기도 전, 깜깜한 어둠 속을 헤치고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차가운 바람이 아직 잠이 덜 깬 볼을 스치고 경보 수준의 빠른 걸음은 무엇이 그리도 급한 건지 알 수 없다.


지하철을 타면 맨 구석자리에 앉는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지하철은 많이 비어있다. 지하철 풍경이 내 눈앞에 펼쳐진다. 어떤 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잠을 잔다. 또 어떤 이는 핸드폰 삼매경에 빠져있다. 시선이 제 갈 길을 못 찾을 때 어떤 이와 우연히 눈이 마주치기도 하지만 잘못 길에 들어선 듯 다시 시선을 거둔다.


이 시간에 다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으나 옷매무새를 갖추고 지하철에 몸을 맡기고 어떤 목적지를 향해 달린다. 사람들은 각 역마다 타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나 역시 그들 중에 한 사람이다.


사람들의 표정은 한결같다. 생기 없는 무표정이다.

이 시간에 조증처럼 기분이 붕 뜰 수는 없겠지만, 어쩐지 표정은 삭막하다.

간간히 나이 드신 어르신들 중 핸드폰소리를 크게 키우고 유튜브를 보기도 한다. 몇몇 사람들이 그 소리에 힐끗 쳐다보긴 하지만 잠시뿐, 다시 관심 없는 듯 시선을 거둔다.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 중에도 사람풍경이 들어온다. 저마다 인생의 무거운 짐과 마음의 아픔을 안고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그들은 저마다 특별한 이야기를 품고 있을 것이다.


내려야 하는 역에 도착했다. 방금 지하철 안에서 사람풍경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고 내린 느낌이다.

언젠가 사람풍경 속에 더 내밀한 풍경을 만날 날이 있겠지.

나는 사람풍경을 좋아한다.

저마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갖고 살아가는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함께 여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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