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바람에도 소리가 있을까?
바람은 공기의 흐름이라고 한다.
바람이 지나가는 순간 흔적이 남는다.
바람과 나무가 만나면 나뭇잎이 흔들리고 출렁거린다.
마치 춤을 추듯...
약하게 부는 바람은 사뿐사뿐 한 발씩 내딛는 춤사위를 보여준다.
거세게 부는 바람은 나뭇가지를 부러뜨린다.
바람이 지나가면 강한 진동이나 압력을 일으키는 걸까?
눈에 보이지 않지만 바람 자체에서 힘이 느껴진다.
그 힘은 나뭇가지를 흔들기도 하고, 때로는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고 나무를 넘어뜨린다.
바람에 의해 흔들리는 나무를 한참 동안 바라본다. 그리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바람을 통해 인생을 본다.
바람은 어느 방향에서 언제 불어올지 모르는 인생의 위기와 어려움이다.
사람은 나무이다.
어느 날 갑자기 인생의 바람이 불어 나무를 흔든다.
바람에 나무가 반응하듯 사람은 어려움과 위기에 반응한다.
약한 바람은 유연하게 춤추듯 넘길 수 있다.
그러나 강한 바람은 나무를 부러뜨리고 넘어지게 한다. 때론 바람이 지나간 흔적으로 강한 상흔을 남긴다.
어떤 나무는 바람으로 인해 더 이상 소생하지 못하고 죽기도 한다.
본디 나무는 저마다 다르고, 바람에 반응하는 것마저 다르다.
바람의 특징을 발견했다.
첫째, 바람은 반드시 지나간다.
둘째, 바람은 힘이 있다.
셋째,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그 흔적이 남는다.
넷째, 바람은 갑자기 분다.
다섯째, 바람은 어느 방향에서 불지 알 수 없다.
인생의 위기와 어려움도 바람의 특징과 유사하다.
첫째, 위기는 반드시 지나간다.
둘째, 위기는 힘이 있다.
셋째, 위기가 지나간 자리에는 그 흔적이 남는다.
넷째, 위기는 갑자기 찾아온다.
다섯째, 위기는 어느 방향에서 찾아올지 알 수 없다.
바람이 나에게 말을 건넨다.
바람이 부는 어느 날, 바람과 마주 보며 인생의 위기도 이와 같이 나를 흔들고 넘어지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피할 수 없으면 바람을 맞고, 피할 수 있다면 그 바람을 피할 수 있으면 좋겠다.
바람을 두려워하지 하지는 말자.
인생의 어느 지점에 언제 어떻게 올지 알 수 없는 게 바람이라면 그 바람마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용기가 있었으면 좋으련만.
나는 여전히 바람이 두렵고 무섭다.
그래도 괜찮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어떤 상흔을 남기든 나무라는 사실이 변함없듯 나도 나라는 존재는 변함없이 빛날 테니까.
오히려 바람을 맞고 나서 더 단단해지고 용감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도 있다.
오늘도 산 둘레길을 홀로 걸어갈 때, 바람이 나를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