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삶을 살고 싶니?

인생의 불행은 정말 불행일까?

by 호모 비아토르

인생이란 예기치 않은 상황의 연속이다. 여기서 예기치 않은 상황은 당사자에게 불행 또한 행운으로 느껴질 수 있다.

과거에는 예기치 않은 상황에 집중해서 불행이든, 행복이든 그 감정에 몰입할 때가 있었다.

어느덧 나이를 먹고 보니 눈앞에 보이는 예기치 않는 상황에 크게 동요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어떤 상황이든 무조건 좋고, 무조건 나쁘지 않다는 걸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이 좋은 줄만 알았는데 지나고 보니 불행이었다. 또 어떤 상황은 나에게 재앙인 줄 알았는데 돌아보니 행복과 감사의 흔적이 남았다. 그때부터 눈앞에 보이는 현상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습관을 조금씩 내려놓게 되었다.


과거 통제된 상황에 안전감을 느꼈다. 내 삶이 계획된 대로 진행되기를 바라보기도 했다. 살면서 결코 인생은 통제된 상황에 영원히 머무를 수 없고 계획된 대로 살아지지 않았다. 인간은 안전하고 완전한 성을 쌓고 있지만 언제든지 우리의 삶은 예기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고 영원히 안전하리라 믿었던 성은 하루아침에 소멸된다.


이러한 과정을 몸소 겪고 살아내며 뒤늦게 알게 되었다. 인간이란 얼마나 연약한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에서 신처럼 군림하며 살기를 바라지만 결코 그렇게 될 수 없다. 그렇다고 내가 회의주의자나 부정론자는 아니다.

나는 언제든지 넘어지고 쓰러질 수 있는 사람이다. 늘 흔들린다. 타인의 말과 행동에 반응하고 방향을 잡지 못하고 타인이 원하는 삶의 방식대로 따라갈 때도 있다. 뒤늦게나마 깨닫고 나만의 길을 찾고 제자리를 찾는다. 그 과정 역시 시간을 낭비했다고 보지 않는다. 직접 겪어보고 경험해 봐야 스스로 깨닫는 부분이 있으니까.

때때로 과거 사건에 대한 아쉬움을 되새김질하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다.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은 내 발목을 잡는다. 그럼에도 다시 ‘지금-여기’를 마음속으로 외친다. 오늘은 과거가 되고, 오늘은 어제의 미래이니까. 오늘 하루 온전히 사는 것으로도 과거, 현재, 미래를 잘 살아내는 방법이 된다.


계획을 좋아하던 내가 어느덧 유연함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계획을 가지고 일한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인 요인이 닥치면 그때는 주어진 상황에 힘을 빼고 할 수 있는 만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다. 그 밖의 요인은 신의 손에 맡기게 된다. 어쩔 수 없는 것에 너무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다.


2025년 1월 20일 정기인사가 있었다. 지난 6개월 업무를 내려놓고 새로운 곳으로 왔다. 사실 새로운 곳은 아니다. 이전에 있었던 심리치료팀으로 왔다. 그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배치였다. 감사할 뿐이다. 오늘도 인생은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다. 그저 주어진 이 시간에 집중해서 지금 내 옆에 사람들과 이 시간을 온전히 함께하는 것이 미션이다. 다음 정기인사 배치를 불안해하지 않기로 했다. 오늘을 온전히 살았다면, 이후에 불투명한 미래 속에서도 나는 그 시간을 온전히 살아낼 테니까.


지난 6개월 동안 아기가 걸음마하듯 일을 배우고 실수하면서 업무를 익히던 시간을 떠올려본다. 같이 일하며 나를 도와주었던 동료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고된 업무였지만 행복했고 감사했다. 현상적으로 나쁘다고 그 이후의 삶이 다 나쁜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나쁜 상황으로 보이는 것도 어떻게 해석하고 반응하는 태도의 힘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다움으로 살아가는 게 초점이다.


인생의 여정에서 겸손을 배운다. 앞으로 아기걸음마와 같이 새로운 일을 하게 될 때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기존에 능숙하고 잘해왔던 일에서 갑자기 새롭고 전혀 해보지 않은 일을 해야 할 때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할지를 말이다.

그것은 바로....

겸손한 태도로 나를 낮추고 모르는 것에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실수를 인정하고 배우는 것이다. 또한 주위 동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가며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다.


모르는 건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모르면서 허영심에 절어있고 과거 속의 자신에 갇혀 현재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다.

앞으로의 인생은 알 수 없다. 어떤 길을 가게 될지 모른다. 다만 오늘 하루를 살아간다. 10년 후 오늘 하루를 뒤돌아봤을 때 후회가 남지 않는 하루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성공도 좋고, 누군가의 인정도 좋지만 그 무엇보다도 미래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과거의 나, 현재의 나로 살아가고 싶다.


KakaoTalk_20250208_135132192.jpg 간월재 가는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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