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삶을 살고 싶니?

나이 먹으면 사는 게 조금 쉬워질 줄 알았습니다

by 호모 비아토르

살면 살수록 쉬울 줄 알았던 인생이 살면 살수록 인생이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

세상에 쉬운 게 하나도 없다.

시간이 지나고 연륜이 쌓이면 인생의 쓴맛도 단련되고 단단해질 줄 알았는데 나아지는 건 없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픔은 늘 새롭다.


20대는 이랬다. 40대가 되면 어른다운 어른이 되어있고 위기나 어려움도 지혜롭게 잘 대처할 줄 알았다.

그러나 여전히 그녀는 40대임에도 어른이 아니었다.

힘들면 아이처럼 목 놓아 울고 떼쓰고 싶은 마음이 목구멍까지 올라오지만 어른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어 애써 누르고 참으며 살아가려니 숨이 차고 고되다. 어른의 몸속에 울고 떼쓰는 아이가 장착되어 있다.


회식자리에서 분위기메이커를 자처하고 알아서 줄을 잘 서는 사람도 아니고...

누군가의 비위를 잘 맞추며 입속에 혀처럼 구는 것도 되고...

누구처럼 뒤끝은 없다며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내는 사람도 못 된다.

대인관계는 늘 풀기 힘든 숙제처럼 따라다니며 그녀의 골머리를 썩인다.


세월이 흐르며 눈칫밥만 늘어났다. 상대방을 살피느라 정작 그녀 자신을 살피지 못할 때가 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 어쩌면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울 때도 있다.

그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런 부류이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느 중간지대에 홀로 서 있는 느낌이다.


언제쯤 어른다운 어른이 되어 있을까?

힘든 건 똑같고 산을 넘으면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다.

원하는 걸 이룬다고 행복한 게 아니었고 주위에 사람이 많다고 외롭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원하는 걸 이루지 못했다고 불행한 것도 아니다. 삶은 살수록 어렵다. 분명한 것도 명확한 것도 없다. 한 문제를 풀면 전혀 새로운 문제가 그녀 앞에 놓여 있다. 그래서 더더욱 진짜 어른으로 살기가 힘든 것 같다. 문제를 풀수록 그녀의 실력이 더 업그레이드되고, 심화된 문제를 능숙하게 풀어야 하는데 늘 문제 주위에서 서성이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그녀가 생각하는 어른다운 어른은 어떤 모습일까? 쉽든 어렵든 그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수용하고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성숙해지는 것이다.

숨 쉬는 동안은 인생의 문제와 동행해야 한다. 문제를 외면하고 회피하고 문제가 없는 것처럼 눌러둔다 해도 문제는 그대로이다. 언젠가는 미뤄두었던 숙제처럼 그녀 앞에 다시 나타날 것이다.


때로는 문제를 바라보는 것으로도 깊은 한숨과 피로감을 느낀다. 그만큼 힘겹고 버겁다.

어느 순간 그것조차도 자포자기처럼 그냥 받아들이게 된다.

어쩔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용기를 달라고 하는 기도문구처럼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세상은 그녀 뜻대로 되지 않고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다. 힘을 주고 살아야 할 때가 있으면 반대로 힘을 빼고 살아야 할 때도 있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인생을 물 흐르듯 살 필요가 있다.


아직 내려놓지 못한 욕심이 많은가 보다. 그래서 뜻대로 되지 않는 인간관계와 상황 때문에 힘들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세상은 불합리하고 불공평하다는 걸 받아들이는 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화가 나고 억울하고 속상한 건 "이래야 돼!"라는 그녀의 기준에서 벗어난 세상과 사람을 대면했을 때이다. 결국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받아들일 때 진짜 어른이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가정과 직장에서 고군분투하는 그녀는 진짜 어른의 삶을 꿈꾼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을 받아들이고 그저 주어진 오늘 이 시간을 살아내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회의를 느낄 때 그녀 스스로의 인간다움을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가지고 사람답게 살아가기를 힘쓰는 오늘 하루가 되길 희망한다.


여전히 그녀에게 어려운 숙제 같은 인생이 눈앞에 놓여있다. 숙제만 있는 것도 아니다. 학교숙제와 시험이 끝나면 휴식과 놀이가 기다리듯 인생에는 숙제와 놀이가 어우러져 있다. 숙제를 마치고 놀이터로 달려가 마음껏 뛰어놀았던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정신없이 놀다 보면 해가 뉘엿뉘엿 지고, 그제야 종종걸음으로 집을 향한다. 금방 끝날 숙제도 있고 시간을 두고 해야 할 숙제도 있다. 너무 성급하고 조급하게 숙제를 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놀 땐 마음껏 놀고 숙제할 때는 또 주어진 숙제를 하면 된다.


나이 들었다고 쉬운 숙제를 내주는 게 아니라, 그 나이 수준에 맞는 새로운 숙제를 부여받는 건 당연하다. 그것이 바로 인생이고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다. 나이 들면 조금은 쉬워질 줄 알았던 인생이 여전히 힘들고 풀기 힘든 숙제같이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것이 인생이었다.


아파하고 슬퍼해도 괜찮다. 고꾸라지고 넘어져도 괜찮다.

여전히 그녀는 그녀답게 오늘을 살면 된다. 인생에 정답이 있겠는가? 세상에 알몸으로 태어나 내비게이션 없이 인생의 정답과 의미를 찾아 오늘도 방황하고 헤매는 모든 살아있는 존재들에게 너무 애쓰고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지금으로도 충분하니 그대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자체만으로 세상 어딘가에서 반짝이며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2025년 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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